양승태 재판부, 공소장 변경 요구…'법관에 선입견 줄 수 있어'

첫 공판준비기일서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 행위까지 기재" 지적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2.2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공소장 내용이 피고인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기는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일례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재항고 사건에 개입했다는 공소사실에 당시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이 언급된 부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은 고영한 피고인에 대해 기소된 것은 없는데도 고영한 피고인이 한 행위의 내용을 이렇게 기재했다"며 "기소되지 않은 피고인의 행위를 이렇게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분은 양승태·박병대 피고인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결론으로 공소사실이 마무리된다"며 "그런데 임 전 차장이 이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보고받았다는 것은 한참 뒤 아니냐"고 되물었다.

재판부는 이어 "직접 관련이 없는 결과·영향 등을 계속해서 기재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으로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달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하면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 제기 단계에서 재판부에 범죄 사실만 적은 공소장을 제출해야 하고, 유죄 심증과 예단을 형성할 수 있는 기타 서류를 첨부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돼 있다.

한편 공판준비기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어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 계획을 세웠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 총 47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이같은 범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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