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북경협, 긴 호흡의 안목으로 다시 준비해야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미완(未完)의 담판으로 종료됐다. 북한 핵문제는 지난(至難)한 과제지만 꼭 해결돼야 한다. 북한 핵문제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지금 이 시기야말로 정부나 기업에는 매우 소중한 기회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 사업환경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올 것이다. 우리 기업은 북한시장에서 외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중국과의 거래에서 얻은 다양한 사업경험이 있는 북한기업과 과거와 다른 협상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철도ㆍ도로 현대화 사업, 북한 거점도시 개발사업 등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이제는 일회성 이벤트사업이 아닌 실제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이 만들어져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남북경협이 되어야 한다.

현 정부의 핵심 대북사업인 철도ㆍ도로 현대화 사업은 북한의 요청도 있지만, 그동안 대륙과 단절된 우리도 육로연결 교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북한 철도에 대한 개략적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짧은 조사기간이지만 나름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북한 사업구간에 대한 정밀실사와 실시설계 과정이 남아 있다. 정밀조사에만 수 개월이 걸릴 수 있고, 실시설계에도 1∼2년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유엔(UN) 제재가 해제되어 사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남북관계 사업특성상 현 정부에서는 착공식 외에 실제로 철도ㆍ도로 건설이 시작되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철도ㆍ도로 현대화 사업은 조사와 설계 외에도 북한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 우선 건설공사를 북한 정부가 할지 우리 정부가 할지도 정해야 한다. 북한이 남한에 장비와 자재 등만 요청하고 북한이 공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이 시작되면 남한인력과 장비가 북한지역 공사구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북한이 각종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도 협의해야 할 것이다. 완공 이후 누가 사업 운영주체가 될 것인지, 그리고 사용료를 어떻게, 누가 결정할 것인지도 사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실시설계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 철도ㆍ도로 현대화에 몇 십조원이 소요될 것인지는 아무도 그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 투자 규모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이나 차관 등 재원조달 방안도 결정해야 한다. 사업 규모도 문제다. 현존하는 북한 철도ㆍ도로 시설을 개보수만 하여 사용할지, 남한의 고속전철 수준으로 현대화시킬지도 비용ㆍ편익 분석 측면에서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하다.

핵문제 해결로 남북경협이 시작되더라도 무역을 제외하고는 북한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업은 결국 인프라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지역 인프라를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산업현장 위주의 인프라 개선사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인프라와 산업을 패키지로 개발하는 모델이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지하자원과 인프라 패키지 개발이 그렇다. 북한의 유망 광산을 규모화하고, 광산개발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생산을 정상화한 후 지하자원을 운반할 수 있는 구간 철도를 개보수하는 사업구조를 우선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이벤트 효과는 적지만, 잘 만들면 경제성 있는 사업이 될 수 있고, 조사기간을 포함해 3년 정도면 사업성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정지역 성공모델을 토대로 서서히 북한 전 지역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장해 가는 정책은 북한도 개방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어 남북 모두에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다.

많은 남북경협보다 성공모델 하나가 중요하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제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남북경협을 준비하는 혜안(慧眼)을 가졌으면 한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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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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