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깰 수 있다'는 북한…'하노이 굴욕' 씻으려는 강공책

<h4 class="">하노이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 압박에 굴욕감전문가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 강력한 메시지" 다만 실제 도발은 자제하고 고강도 심리전·기싸움 이어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보름간의 침묵을 깨고 미국에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판을 깰 수 있다'는 식의 강공책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술이자, 하노이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는 대응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교관·외신 기자단 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지난 1일 심야 긴급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대내외 선전매체를 통해 '비핵화'와 '대화', '협상'를 강조해오던 북한이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하노이에서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으로 풀이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에게 일종의 있어서는 안되는 큰 실수였고 이후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 손 회담'으로 끝날 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북한은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지난 6일 하노이 정상회담에 정통한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회담 막전막후를 소개한 '모욕과 마지막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무산 후 호텔을 떠나려고 하자, 최 부상이 황급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러 뛰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15일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북한이 느낀 '굴욕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매체는 이날 '조·미(북·미)가 생산적인 대화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요건'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일괄타결·빅딜 입장을 "패권적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듯이 불공정한 요구를 내려 먹이고 굴종을 강제하는 오만과 독선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측이 협상장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북측을 강도높게 압박한 것을 북한은 국가적 자존심의 상처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절대로 약한 모습을 외부로 표출하려 들지 않는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대응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메시지 내용 자체가 "과거 협상 패턴을 고려할 때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강공책 이후 강도높은 기싸움 단계를 넘어,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면 상황은 크게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말을 바꿀 수 있는 인사가 없다는 점에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방향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이 직접 공식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그렇다해도 북한이 새로운 인공위성 발사나 미사일 실험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 센터장은 "(그럴 경우) 북한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므로 실제 도발은 당분간 자제하고 기싸움과 심리전을 전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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