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환상 속의 그대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눈에는 눈'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 바빌로니아 제국에서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의 알려진 원칙이다. 하지만 이는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 귀족 남성이 다른 귀족 남성의 눈을 멀게 했을 때 그의 눈 역시 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뼈를 부러뜨렸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귀족 남성이 평민 남성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렸다면? 은 60세겔(1세겔=약 11.42g)을 피해자에게 주면 된다. 귀족과 평민은 급이 다른 존재로 봤기 때문이다. 귀족 남성이 귀족 여성을 때려 죽였을 때는, 때린 남성의 딸을 죽여야 한다. 평민 여성을 때려 죽였다면 은 30세겔을 주면 된다.

평민 남성의 눈이나 뼈는 60세겔, 평민 여성의 목숨은 30세겔로 매겨졌다. 기원 전 1700년쯤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성문법은 이처럼 지독하고 야만적 차별에 근거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많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역사는 이 같은 불평등을 바로 잡고, 여성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정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했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것은 19세기 말 이후부터였다. 여성의 권리 보장은 이제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또 다시 연예계의 추문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매일 같이 새로운 충격들이 터져나온다. 그 핵심에는 여성을 수단으로 치부하고 범죄에까지 이르는 일그러진 남성들의 카르텔이 있었다. 한편으론 '피해자 찾기'를 통해 또 다른 피해를 불러올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우리 사회에 여성을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여기는 왜곡된 시선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권력이 '뒤를 봐주고 있었다'는 의혹마저 불거져 나왔다. 아직도 야만은 횡행하고 있다. 불신의 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소속사 대표가 불렀던 노래가 떠오른다.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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