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가득한 김정은의 서한…'北선전선동 흔들리고 있다'

"수령 신비화 말라고 하면서 김씨일가의 위대성 교양 강조"태영호 "일꾼들 갈피 잡기 힘들 것"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사업 중 하나인 선전선동분야가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전선동업무란 최고지도자 띄우기와 체제 선전,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 등을 말한다.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내놨는데, 이 메시지 내용이 북한 선전선동분야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이 6일 '제2차 전국 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나가자'를 보냈는데 그 서한에 새로운 내용들이 모순되는 관계속에서 병존해 있다"면서 "북한의 선전선동분야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지난 주 북한 매체의 동향을 분석한 글에서 태 전 공사는 "가장 눈에 뜨는 것이 김정은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면서 수령신비화를 반대했는데, 이와 함께 선전선동교양에서 핵심은 김씨일가에 대한 위대성교양이라고 강조한 것은 모순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전선동교양의 핵심이 위대성교양이라면 결국 수령을 신비화하라는 것인데 이러한 모순되는 방향이 선전선동분야 일군들로 하여금 갈피를 잡기 힘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정은은 서한에서 북한선전선동사업이 형식주의에 빠져 있으니 객관적 현실을 인정하라고 하였는데, 그러면서도 현 정세평가에서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 가고 있다'고 북한의 힘든 형편을 부정하였다"고 꼬집었다.

최고지도자의 모순되는 지시로 인해 선전선동분야 사업과 일꾼들이 겪을 큰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그럼에도 우상화 작업은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태 전 공사는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김정은이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당 선전선동분야의 기본 과업이 김씨일가의 위대성교양으로 남아 있는한 김씨일가에 대한 신격화, 우상화사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수령을 신비화하지말라'고 언급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태 전 공사는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권력을 잡은 후에도 이 같은 메시지를 내보이고 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이미 2012년 등극하면서 당규약 등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과 연결시키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2013년 북한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군부대 병실과 회의실에 대원수복을 입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6·25때 원수칭호를 받고 원수복은 입은 적이 있으나, 대원수복은 입은 적이 없다. 더구나 김정일은 원수복이든 대원수복이든 군복을 입어 본적이 없다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령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형상하여 선전하면 안된다."

태 전 공사는 "결국 2013년부터 북한 노동당은 군부대와 군인가족들의 집에 걸어 놓게 했던 대원수복차림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내리게 하고, 양복을 입은 김일성과 잠바를 입은 김정일의 모습이 담겨진 태양상초상화를 걸어놓도록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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