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2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여의도 정치판'

한국당 친박 정치인 요직 맡아, 당 지지율도 회복…"개혁 동력 떨어지고 다시 과거로, 악순환 정치문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한국 정치가 '혼돈의 시간'을 경험한 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인식됐다. 헌법재판관 8대 0의 결과로 탄핵이 인용됐다는 것 자체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겼다는 얘기다.

정쟁의 늪에 빠져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국민이 기대하는 정치 개혁을 토대로 한국 사회를 질적으로 개선해달라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의 뼈를 깎는 자성과 전면적인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적인 바람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한국 정치는 내용이나 형식 모두 2017년 3월 이전으로 복귀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 내에서 조심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적당한 시점에 (사면을) 결단해주실 것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사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제1야당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2년 전 탄핵 인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현재 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다. 한선교 사무총장 등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한국당 요직을 맡고 있다. 한국당 내에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한국당 지지율은 이미 탄핵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분위기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1대 총선에 대한 한국당의 위기감도 많이 사라졌다. 2·27 전당대회를 계기로 전통적인 보수 지지 층 결집이 이뤄지면서 "내년 총선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을 개혁과 쇄신의 결과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변화 가능성을 주목받기도 했지만 한계에 부딪히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현재 친박 인사들이 당 지도부와 주요 직책을 맡으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한국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기대 이하의 정치를 보여줬다. 한국당이 흔들리는 사이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종 논란에 연루되면서 입방아에 올랐고 당도 '2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 등 국민적인 눈높이와는 거리가 먼 '슬로건 정치'로 점수를 잃었다.

한국 정치의 풍토 자체가 바뀔 것이란 예상도 기대와 역행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극단적인 이념 구호가 재등장했고 여야의 성숙한 국회 문화에 대한 다짐 역시 공염불이 돼버렸다. 2019년 국회 본회의는 7일 처음 열렸다. 사실상 1~2월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간 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7대 국회 이후 15년 만에 가장 늦은 개회식이라는 오점을 기록했다"면서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 민생 경제, 정치 개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소중한 국회의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2년 동안의 정치 성적표와 관련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개혁의 동력은 사실상 멈췄고 색깔론의 망령은 되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여야 모두에 대한 불신이 개혁 동력을 떨어뜨리고 정치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정치 문법에 한국 정치가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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