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버터에 코히 한 잔 어때” 무분별한 일본어 범람

편의점.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본식 디저트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어로 된 상품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우리말이 있어 굳이 일본어로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일본어로 부르고 있다는 데 있다. 달걀은 타마고, 샌드위치는 산도, 커피는 코히, 찹쌀떡은 모찌라고 부르는 것 등이다.

1일 오전 인스타그램에서 ‘모찌’라고 검색하면 36만2,746여 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찹쌀떡의 일본말인 ‘모찌’는 최근 편의점에서 큰 히트 상품으로도 꼽힌다. 지난해 한 편의점에서는 사발면보다 더 많이 팔리며 출시 반년 만에 3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 ‘산도’도 있다. 산도는 샌드위치의 일본식 외래어 표기인 ‘산도위치(サンドイッチ)’의 앞 두 글자를 딴 준말로 역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맛챠(말차·가루녹차), 앙버터(팥버터빵)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제로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우리 생활에 일본어가 침투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불편합니다. 될 수 있으면 우리 말 사용합시다.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는 어르신들처럼 강제로 다른 나라말을 써야 했던 세대가 아닌데도 왜 스스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일식이니까 상품 특성 살리려고 일본어 붙였다고 최대한 이해하겠는데, 다른 곳에 ‘모찌’, ‘모찌’ 하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되네요”라며 일부 이해하면서도 무분별한 일본어 사용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마침표’ 에 따르면 일본어는 한자와 ‘히라가나(한자의 초서체를 따서 만든 글자)’, 그리고 ‘가타가나(한자를 빌려 그 일부를 생략하여 만든 글자)’로 표기하는데, 외래어나 외국어를 표기할 때는 ‘가타가나’를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외래어를 ‘가타가나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품 이름이나 식당 이름, 그리고 건물 이름에 가타가나가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일본문화청에서 외래어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평소 읽거나 듣거나 하는 말 중에 외래어나 외국어 등 가타카나의 사용이 많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74.6%에 이른다.

읽거나 들은 말 중에서 가타가나로 사용된 외래어나 외국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78.5%로 나타났다.

이들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가타가나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한 적이 자주 있다’는 대답은 16세에서 30대까지 10% 이하로 나타나는 반면, 40대는 11.0%, 50대는 21.1%, 60대에서는 31.4% 등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 소식지는 “무분별한 가타가나어 사용은 외국어의 정확한 발음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무분별한 가타가나어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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