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27일 하롱베이를 유람하는 북측 대표단 [사진=VnExpress]
[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28일 역사적인 '하노이 선언'에 웃으며 서명하고 이튿날부터 베트남 경제·관광 시찰을 하려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초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6일 베트남에 입국한 김 위원장은,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3월 1~2일은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하노이 선언 불발이 베트남 일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무려 55년만에 이뤄진 방문인만큼 예정대로 진행된다. 다만 체제의 명운이 걸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경험한 직후라 일정에 적잖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베트남 외교부는 하노이 선언 불발 직후 "김 위원장의 공식 친선방문이 3월 1일부터 2일까지 이뤄진다"고 밝혔다.
당초 '하노이 사태'가 있기 전, 다수의 언론은 김 위원장이 하이퐁 산업단지와 할롱베이 등 관광지를 시찰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7일 김 위원장 수행단의 일부 간부가 하롱베이와 산업단지가 있는 하이퐁 시찰에 나섰다.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외교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20여명은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10시)께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출발해 하롱베이로 향했다.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하롱베이를 방문한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강산과 현재 조성중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포함된 강원도의 박정남 당 위원장이 시찰단에 포함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은 이어 하노이에서 110㎞쯤 떨어진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 하이퐁을 시찰했다. 하이퐁시가 마련한 브리핑을 들은 뒤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Vinfast) 공장과 휴대전화 업체인 '빈스마트', 농장인 '빈에코' 등을 둘러봤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이 대거 몰려 있는 하이퐁은 베트남 경제 발전의 선도 지역 가운데 하나로,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베트남식 개혁개방)'와 관련한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식 경제모델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일정을 실제로 소화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경제발전과 관광산업 모두 남북경제협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정상회담 불발로 제재는 여전한 상황이고 장밋빛이었던 남북경협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진 상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북한-베트남 관계, 당 대 당 관계를 증진하는 일정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외교부는 28일 "환영행사,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 전쟁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묘에 헌화,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및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의 면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핵 담판 결렬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한 일정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떠나 승용차로 중국 접경지역인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으로 이동, 특별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베트남 교통 당국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멜리아 호텔에서 동당역으로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의 차량통행을 막겠다고 예고한 만큼 교통통제가 이뤄지는 동안에 숙소에서 출발해 특별열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렬은 비핵화 1단계 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합의를 원했던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면서 "북·미관계의 재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