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영화 개막작 선정에 여성단체 반발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내 여성단체가 일본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개막작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여배우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선정해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8일 유바리 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세계적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흐름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 촬영 과정에서 '연기 지도'라는 어이없는 폭행에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변명과 억울함을 호소해 비판받았다"고 했다.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김 감독의 스물세 번째 장편영화다. 다양한 인물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하다가 미지에서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장근석과 안성기, 이성재, 류승범, 성기윤, 후지이 미나, 오다기리 조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섹션에 초청됐으나, 김 감독의 여배우 성폭력 의혹이 불거져 현지에서 상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 감독은 그 뒤에도 복수 여배우들로부터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돼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김 감독의 성폭력 사건이 아직 진행되고 있어서 한국에서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이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영화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인권침해의 문제에 침묵하고 가해자들을 계속 지원하거나 초청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바리 영화제는 내달 7일 개막한다. 김 감독이 개막식에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최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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