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두고 노정갈등 격화 '사회적 합의 난항'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과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동참 선언 및 서울지역 노동자권리 찾기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를 위한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청와대는 민주노총 없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을 공식화 했다. 고용노동부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로 탄력근로제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심해 사회적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 경사노위 공식 출범 행사를 청와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경사노위 제1차 본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본위원회는 경사노위의 최고 의결 기구로 근로자와 사용자, 정부, 공익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경사노위법상 본위원회 위원은 18명이지만 민주노총이 빠진 17명 체제로 시작한다.경사노위에서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동안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되, 평균 주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위법으로 보지 않는 제도다. 예를 들어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업무가 많은 첫 주에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 다음주에는 46시간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는 취업규칙으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적용기간이 2주다. 노사합의로 적용하면 최대 3개월이다.기업들은 올해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어려워진 만큼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연장해 경영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고용부도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경덕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전날 정책설명회에서 "정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적정한 수준의 확대는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다만 건강권 침해와 임금감소 우려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합의점을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과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동참 선언 및 서울지역 노동자권리 찾기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를 위한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조치가 올해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를 무너뜨릴 것이라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로 연장근로수당 없이 주 52시간이 가능해진 만큼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하면 주 64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민주노총의 반대가 가장 심하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21일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 측은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장시간 노동의 합법화와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건강권 침해, 과로사 유발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는 과로에 노출되는 반면 사용자는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개악"이라고 주장했다.한국노총도 경사노위에는 참가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에는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장시간 노동이 허용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7%의 임금 감소로 이어져 소비위축과 내수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노동계의 반대가 심한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합의가 경사노위 안에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사노위 내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개선방안을 두고 노동계와의 갈등이 심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최대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