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없이 일했다”…할말만 하고 입다문 박병대, 불리한 질문엔 ‘침묵’(종합2)

“법원행정처는 양 前대법원장 위한 곳?” 질문에 서둘러 자리 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사심없이 일했다”‘사법농단’ 의혹으로 19일 검찰에 소환된 박병대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은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또 “사법농단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과 후배 법관에게 하실 말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 일로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특히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까지 된 것에 대해 대단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의 책임을 부인함과 동시에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들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자 곧바로 입을 닫았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한 곳이었나?”는 질문이 나오자 “구체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가 버렸다. 두루뭉술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 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한 셈이다. 지난 해 ‘국정농단’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온 박근혜 정권 고위관계자들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부터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집중적인 추궁을 시작했다. 검찰은 과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확인된 사안들을 중심으로 치밀한 수사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한 박 전 대법관은 재판개입, 비자금 조성, 법관 소모임 와해 등 ‘사법농단’ 전반에 .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 전 차장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한 법원행정처장이 바로 박 전 대법관이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을 지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10월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방향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해당 소송의 재상고심 최종 결론을 미루고 추후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어달라고 박 전 대법관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데 개입하고,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소모임을 와해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이 밖에 서울남부지법 한정위헌 취지 위헌심판제청을 취소하도록 압박하고,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평의 내용과 내부 동향을 수집한 혐의도 있다.법조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양승태’라면서 이날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과 수사 일정 등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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