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정책 역주행③]'노동자의 천국' 프랑스도… 일요일 쇼핑 전국 확대

프랑스 일요일 영업 허용한 이후 일자리 늘고 내수 활력10% 웃돌던 실업률 하락…작년 경제성장율도 깜짝 증가 프랑스 여당 "모든 점포가 일요일 영업 스스로 선택해야" "주 35시간만 일하니 일요일 근무도 OK"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노동자의 천국'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통 규제가 가장 깐깐한 나라였다. 100년 이상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전 산업에서 일요일 근무를 금지하면서 주요 상권의 일요일은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여기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규모 유통매장에 대한 출점도 엄격하게 관리했다.하지만 일요일 영업 빗장을 푼 프랑스가 3년 만에 다시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일요일 영업을 허용한 이후 일자리가 늘고, 내수시장이 활력을 찾으면서 국가 경제도 한층 성장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8월 말 일요일 영업권이 박탈된 파리 국제관광특구 3곳을 샹젤리제를 비롯한 인근 관광특구와 합치는 방식으로 일요일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법원이 관광특구 지정에 반대한 인근 소상공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소상공인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프랑스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일요일 영업이 가능한 관광특구를 더 확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2015년 프랑스 주요 관광지역 상점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는 등 내용이 담긴 프랑스 경제개혁법인 '마크롱법'이 시행된 이후 프랑스 경제는 눈에 띄게 회복됐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74%로 후퇴했고, 이듬해 4.31% 반등한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이 노동 분야를 비롯한 강력한 경제개혁 정책을 펴면서 2016년 2.51%까지 추락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15%까지 회복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0%를 웃돌던 프랑스 실업률도 지난해 9.4%까지 하락했다. 올 연말에는 9.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당 의원들이 "일요일 영업이 허용된 파리 주요 백화점에선 고용과 매출이 종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면서 상점의 일요일 영업권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이유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모노프릭스는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프랑스상업연합에 따르면 주요 관광특구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이 허용된 2016년 일요일 매출 비중은 주중보다 19~26% 증가했다. 방문율도 18~21% 늘었다. 소비자들의 일요일 평균 구매액도 주중보다 13~30% 웃돌았다. 일요일 느긋하게 쇼핑하면서 구매액이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일요일 영업을 안 하는 매장의 경우 매출은 13~21%, 방문율은 12~18% 줄었다.이 때문에 프랑스 유통업계에서 추가적 영업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소피 아모르스 조합 홍보 이사는 "모든 상점이 일요일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관광특구만 허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업종 종사자들도 법안을 잘 이해하지 못해 불안감이 크다"면서 "현재 식료품점의 경우 일요일 오전에만 영업을 하는데, 상점이 종일 개점할 경우 일요일 오후 매출은 하루 매출의 60% 이상 차지하는 만큼 하루종일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프랑스 노동부에 따르면 마크롱법 개정 후 근로자 5명 중 1명, 자영업자 37%가 한 달에 적어도 한 번 일요일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일요일 영업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파리 봉마르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클레머틴(35)은 "주 35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근무하면 다른 날 쉬면 된다"면서 "일부 직원들은 일요일 근무의 경우 수당을 더 받을 수 있어 선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소비자경제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