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에 곪아 터진 한전…전기료 인상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경제 문제를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를 통해 해결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지난 7∼8월 유례없는 폭염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료 인하대책을 내려 국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줬을 때 일본 친구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정부는 가격에 간섭하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다. 정부가 지침을 내려서 '말 한마디'로 전기요금을 바꿀 수 없다"며 우리나라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기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의 말을 100% 공감했기 때문이다.일본은 민간회사가 이미 분할돼 있고, 민간발전회사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정부가 전기요금에 일정 정도 개입할 여지조차 없다. 반면 한국전력은 산업은행(32.9%)과 정부(18.2%)가 51.1%의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으로, 정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꽂힌다.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년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3분기 매출액이 1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4% 늘고, 영업이익은 1조3664억원으로 50.7% 줄면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름 혹서에 따른 일시적 요금 할인과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 따른 것이란 진단이다.실적이 장기간 악화하며 곪을 대로 곪자 한전의 수장인 김종갑 사장은 산업용 경부하와 주택용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를 국회가 주도해달라고 요청했다.김 사장은 지난달 31일 광주에서 열린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XPO)'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가 생겼으니 국회가 전기 용도별로 어떻게 하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금체계가 될지 생각해서 협의해달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게 내년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다"며 "국회에서 원자력이냐 재생이냐 전기 공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는 무성한데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문제, 수요 측면도 같이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국회에는 상설위원회로 에너지특위가 마련돼 있다. 정부ㆍ여당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력의 경부하 요금(전력소비가 적은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적용되는 값싼 요금)으로 인해 대기업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고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보수야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한전의 재정 부담을 민간 기업에 전가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은 한전이 관련 약관 개정안을 마련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산업부는 지난달 부처 내 전기요금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누진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한전과 함께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수준별 전기 사용량을 파악 중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마련해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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