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오해 살라”…지하철 펜스룰 지키는 남성들

일러스트=아시아경제 오성수 화백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하철 이용 ‘2가지 철칙’을 갖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여성 뒤로 가지 않기’와 ‘계단 오를 때 앞쪽에 치마 입은 여성이 있으면 고개를 아래로 숙이기’. 이씨는 “여성들을 보호해주고자 하는 게 아니라 성범죄자 오해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행위”라고 말했다.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남성 승객들 사이에서 일명 ‘지하철 ’이 퍼지고 있다. 특히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에 괜한 오해를 불러 성범죄자로 몰릴까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다.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기도하듯 두 손을 자기 가슴 쪽으로 모으고 서 있는 자세인 일명 ‘지하철 매너손’은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만원 지하철에서 앞과 양옆 승객에 손이라도 닿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두 손을 모으고 있거나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면 안심되고 여성 승객들로부터도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의자에 앉을 때도 최대한 어깨를 움츠리고 팔을 모으고 있거나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한다고 한다.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노출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승객 근처엔 아예 가지 않고 시선도 일부러 피한다”며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말에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진 요즘엔 더 조심하는 편”이라고 했다.
휴대전화도 조심조심 사용한다. 스마트폰 렌즈를 손으로 가려 촬영 중이 아님을 표시하거나 렌즈를 바닥 또는 빈 공간을 향하도록 한다. 소위 ‘몰카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서다.서울 관악구에 사는 민모(28)씨는 “몰래카메라로 불리는 가 지하철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 스마트폰 렌즈를 여성 쪽으로 향했다가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민씨는 최근 만원 버스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릴 뻔 했다. 들고 있던 가방이 여성의 엉덩이 부위에 살짝 닿았는데 여성이 성추행으로 오인해 민씨를 쏘아 봤던 것이다. 민씨는 가방이 닿은 것이라고 말한 뒤 재빨리 사과했다. 민씨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대중교통에서 가방은 앞으로 메고 여성의 신체와 닿지 않도록 손으로 붙들어 잡는다”고 했다. 민씨는 “남성들이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으려면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하철 을 어느 정도는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하철(대합실 포함)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적발 건수는 832건이었는데 2015년 1058건, 2016년 1079건으로 증가했다. 서울 지하철경찰대는 지난달부터 여름철 성추행 및 몰카범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center><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802021106023955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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