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은 왜 총수가 싫을까

[서비스뉴스 군만두] 네이버 창업자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이해진 GIO5월 공정위 총수 재지정 앞두고주식 매도·등기이사 사임으로 총수 꼬리표 떼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지난해 10월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내년이면 네이버(NAVER)가 설립된 지 20년이 됩니다.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벤처회사로 시작해 국내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됐습니다. 우리 삶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기업입니다. 그는 현재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GIO 말고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총수'입니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붙여준 직함으로, 이 창업자가 아주 싫어하는 이름입니다.한편 이 창업자는 바로 어제(27일) 네이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았습니다. 4.31%였던 지분율이 3.72%로 떨어졌습니다. 금액으론 1500억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에도 주식을 많이 팔았다는 건 흥미롭습니다. 당시는 공정위가 이 창업자를 총수로 볼 것인지 결정하기 직전이었고,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공정위는 오는 5월 총수 재지정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창업자가 이를 앞두고 '총수 꼬리표를 떼달라'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얼마 전 이 창업자가 네이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과 몇 년 전부터 공식 직책을 내려놓은 일련의 조치들도 다 이런 테두리 안에서 해석됩니다.그렇다면 이 창업자는 왜 이렇게 총수라는 이름을 싫어하는 걸까요. 그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제 역할은 해외 사업인데 모든 걸 책임지는 총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외국에서 잘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하고 거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입니다.네이버가 이른바 '재벌'로 분류되고 이 창업자가 총수로 규정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일단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시장과 정부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총수는 회사의 각종 위법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집니다. 재벌과 총수라는 단어에 '구태'를 상징하는 부정적 의미가 들어있어 도전적인 벤처인으로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네이버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에 힘써왔고 친인척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은 점 등에서 다른 재벌과는 결이 다른다는 것, 인정합니다. 토종 IT기업을 대표해 글로벌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 창업자의 열정도, 높이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저런 이유를 대며 "네이버만은 다르게 대우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과, 법적 책임을 지는 문제는 전혀 별개입니다. 그의 말대로 "회사에 미치는 지배력이 미미하다(혹은 이제는 미미해졌다)"는 게 사실이라면, 네이버가 지배력도 약한 총수의 직함 문제에 회사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네이버가 새로운 대한민국 기업사(史)를 써내려가는 모습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투명성을 앞세워 '네이버만의 길'을 가면 됩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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