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차표 한 장/조동산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랑했지만 갈 길이 달랐다 이별의 시간표대로 떠나야 했다  달리는 차창에 비가 내리네 그리움이 가슴을 적시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추억이 나를 울리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누가 일부러 생각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아까아까 점심 전부터 흥얼흥얼 꿍얼꿍얼 입속으로 부르고 또 부르고 있다. 부른다기보다는 읊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괜스레 문득 울컥해지고 심란해져서는 한참을 귀에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부르다가 잦아든 마음으로 읊조리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그러고 있다. 그러면서 먼 저녁처럼 안타까운 사람도 떠오르고, 한편으론 '그래 생이란 게 뭐 별건가,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갈 길 따라 가는 거지'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도 해 고개를 끄덕이고, "이별의 시간표대로 떠나야" 한다니 오래도록 착잡해지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하루 내내 이 노래 가사가 다만 곁에 머물러 주었다. 아니, 시가 왔다. 하루가 사무치도록 풍성했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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