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막 내린 신격호 시대…韓 롯데 창업 50년 만

신격호 총괄회장, 그룹의 근간 롯데쇼핑 대표이사 퇴진 신동빈 회장 시대 '활짝'…롯데 계열사 정관변경 통해 BU 조직 근거 마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청년 신격호가 고국으로 돌아와 롯데제과를 설립한 지 50년만이다.롯데쇼핑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산동 롯데빅마켓에서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과 이원준 롯데 유통BU(Business Unit)장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까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원준 BU장, 고(故)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 등 3인 공동대표체제를 유지하다 이 전 부회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신격호ㆍ이원준 공동대표로 바뀌었다. 1970년 롯데쇼핑 창립 이후 대표이사를 유지하던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일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뒤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롯데쇼핑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 신 총괄회장은 2015년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인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고,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등기이사직에서 퇴진한데 이어 일본 계열사에서도 임기가 마무리된 후 재선임이 이뤄지지 않았다.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심장'으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이 이날 롯데쇼핑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롯데그룹은 본격적인 신동빈 회장 시대로 전환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일제히 열린 롯데 계열사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복수의 대표이사 선임 근거를 마련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새로 만든 BU조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롯데쇼핑의 경우 종전 '이시회의 결의로 대표이사,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을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대표이사 약간명을 선임할수 있다'로 바꿨다. 롯데제과는 '이사 중에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및 상무이사를 선임하며 그 중에서 대표이사 약간명을 선임 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 이사회의 결의로 이사 중에서 대표이사 약간명을 선임 할 수 있다'고 교체했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대표이사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 이재혁 식품BU장(부회장), 허수영 화학BU장(사장), 송용덕 호텔 및 기타 BU장(부회장)을 수장으로 각 부문별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BU를 신설했다. 이번에 개정된 정관은 이들 BU 조직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또 이번 주총에선 이사의 임기를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이사회의 결의로 상담역이나 고문을 둘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삭제했다. 각 계열사 대표이사의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신 회장의 BU실험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롯데그룹은 올해초 각 상장 계열사의 공시를 통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알렸다. 4개의 BU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 회장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현 경영혁신실)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4개의 BU로 분산하겠다는 의도다.BU의 권한과 역할은 아직까지 그룹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각 BU에는 예산과 인사권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유통BU의 경우 소싱(상품조달)과 재무, 상생, 커뮤니케이션 등 6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각 계열사간 공통 이슈에 대한 대응을 논의 중이다. 그룹 안팎에선 이같은 BU체제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계열사 경영에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한명 더 생길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별로 나눠져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들이 BU로 통합되면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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