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간단합니다/임지은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됩니다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있고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고좀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쉽게, 간단하게지워 버려도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사를 사랑합니다 한없이 가벼운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의지를 신뢰합니다 설탕을 빼 버리면 이 세계의 복숭아는 모두 상해 버리고통조림 안의 복숭아는 안전합니다 간단합니다나는 얼마간 부사가 되어 있겠습니다 (중략) 저기 뒤뚱거리며 걸어가던 기분이 넘어집니다펭귄처럼, 거꾸로, 각별하게
■좀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일생은 단 세 단어로 요악할 수 있다. '나서 살다 죽다'로 말이다. 하루하루도 그렇다. 눈뜨고 세수하고 먹고 일하고 쉬거나 놀다가 자는 게 일상이다. 그런 중에 가끔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는 게 전부다. 간단하다. 마치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되는 것처럼. 그러나 시계는 다만 시간을 알려 줄 뿐이다.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 될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오후 두 시에 "어디로든 갈 수 있고" 혹은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의지"의 문제이며, "의지"는 흔히 "부사"로 표출된다. 나는 "펭귄처럼" 또는 "거꾸로" 아니면 "각별하게" 넘어질 것이다,처럼 말이다. 그러니 결국 부사가 핵심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