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br />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개월째 연 1.25%로 동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팽배한 만큼 '일단은 지켜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변수가 산적해있어서다. 한은은 23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떨어진 후 7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시장에서도 금리 동결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100명의 채권시장 전문가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9%가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른 수출부진·경기둔화 우려는 인하 요인이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자금유출 우려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발(發) 대외이슈로 한은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 상황이다. 미국이 연내 3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간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을 의식해 성급히 금리를 올렸다간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어 일단은 '동결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이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 중국의 경제둔화 가능성,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역시 한은이 '일단' 동결을 결정하게 한 배경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국내외 상황이 섣불리 운신하기는 쉽지않아 금융안정에 무엇보다 무게를 둬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유럽, 일본도 디플레우려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어 통계치만 보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퇴색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와 내수부진, 소비심리 침체 등 우리나라 경제상황 역시 한은의 발목을 붙잡은 요인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47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액과 증가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정부의 각종 미시정책에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위주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수습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와 소비심리는 부진하게 나타나는 등 대내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고 소비여력이 떨어지는 구도"라며 "고소득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고연령대의 이자소득이 줄어드는 것 역시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금리가 낮아지면 내수가 더 부진해지는 상황이라 동결이 힘을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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