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기업·회계법인 고리 끊어낼 때

유인호 증권부 차장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최근 남미 브라질에서 심각한 감사 비리를 저지르다 망신을 당했다. 딜로이트 브라질 법인은 감사계약을 맺은 저비용 항공사 골이 정비 비용으로 충당한 금액을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것을 묵인하고 회계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가 정례적 감독을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서자 딜로이트 브라질 법인은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 결국 감독위는 딜로이트 브라질 법인의 전·현직 직원 10여명을 다른 회계법인에 평생 취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회사가 내년 중반까지 외부인으로부터 업무를 감독받도록 했다. 딜로이트 브라질 법인은 회계 부정과 관련해 현지 증권 당국에도 16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브라질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딜로이트의 한국 파트너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임직원이 아니라 법인이 직접 기소되는 것은 처음이다. 안진 측은 검찰의 기소 직후 내고 "검찰의 법인 기소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해명에도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회계법인과 기업 간 분식회계 비리 유착관계를 밝혀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의 강력한 행보는 향후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런 맥락에서 회계법인들은 검찰의 안진 기소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분식회계 관련 소송과 손해배상액이 급증하면서 회계법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회계부정 규모가 커진데다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 급증해 한 순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3년간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분식회계 관련 소송건수는 287%, 배상금액은 약 12배(1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감원에 따르면 감사업무 부실 등을 이유로 회계법인 측에서 배상한 금액은 2015 회계연도 기준 37억원으로 2013 회계연도 3억원보다 34억원(1133%) 많아졌다. 기업과 회계법인이 연계된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갑 위치에 있는 기업이 회계 비리를 저질러도 회계법인이 눈감아 주는 일은 그간 관례처럼 이어졌다.문제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잘못된 공생관계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분식회계 등 회계 비리를 저지르고, 회계법인이 이를 묵인해 허위 감사보고서를 쓸 경우 투자자들은 그 보고서를 믿고 투자를 하게 된다. 나중에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만 손실을 보게 된다. 회계법인 생존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는 그 고리를 잘라 내야만 한다. 29일 청년회계사회가 빅4 회계법인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빅4 회계법인들도 전경련을 탈퇴해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유인호 증권부 차장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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