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영복 교수의 제자 이상필 씨는 "붓은 횃불을 닮았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기하영 기자] "신영복 선생님은 '광장, 시장에서 글씨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약자를 위하고 세상과 대화하라는 얘기였다. 붓이 꼭 횃불을 닮지 않았냐.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제자인 이상필 씨의 말이다. 이 씨는 이날 사단법인 '더불어숲'의 소모임 서여회 소속 회원 5명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붓글씨 손팻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눴다. 이들은 '신영복체'를 배운 사람들이다.이들이 마련한 부스의 후원함을 통해 모인 기금은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캠핑촌 시위'에 기부하고 있다. 이 씨는 "지금같은 때 선생님이 더욱 그립고 안타깝다"며 "선생님 1주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또 다른 신 교수의 제자 최훈 씨는 "시민들이 원하는문구를 글귀를 써주고 있다. 가훈 써달라는 분들도 있다.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등의 글귀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신영복 선생님은 사회적 약자를 강조하셨고 안에서 갇히지 말고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라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고 신영복 교수의 제자 최훈 씨가 쓴 글귀.
신 교수는 '시대의 스승'으로 꼽힌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년의 수감 생활을 통해 느낀 소회와 고뇌를 편지 형식으로 적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널리 알려졌다. 신 교수는 정감 있는 글씨를 쓰는 서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독특한 글씨체는 교도소 서예반 활동을 하며 터득했다. '처음처럼', '더불어숲' 등의 글귀를 그만의 글씨체로 남겼다. 생전 평화와 생명·공존의 가치를 알렸다. 저서로는 '담론', '강의' 등이 있다.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1월17일 운명했다.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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