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트럼플레이션'에 채권 시장 흔들

美 10년물 국채금리 2% 돌파후 연일 급등미국·유럽 매도세 확산…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트럼프+인플레 공포…재정확대로 물가 살아날 것강달러·금리인상과 얽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대전환[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양적완화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글로벌 채권 시장의 강세장이 끝나가는 것일까. 채권 금리 상승은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달러 강세와 이어질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미국의 성장세 회복과 금리인상 가능성을 놓고 올 여름부터 꿈틀대던 채권 금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돌파한 뒤 10일 2.15%까지 상승했다. 3일간 0.30%포인트나 뛴 것이다. 3년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미국만큼 빠르진 않지만 유럽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길트(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일 연속 올라 1.34%를 나타내고 있고 분트(독일 국채) 동월물은 0.274%를 기록중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분트 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었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달러 가치도 연일 상승세다.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DXY)는 10일 0.29% 상승한 98.785를 나타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재정확대를 통해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채권 매도세 확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살아나는 물가, 성장 회복, 기준금리 인상, 양적완화 축소 등 향후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가 채권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달 나온 미국의 3분기 성장률 선방과 뚜렷한 고용시장 회복세, 연말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채권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에 따른 재정확대 가능성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으로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진 상황을 '트럼플레이션(Trump+Inflation)' 리스크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국채 금리가 급등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 시사인 이른바 '테이퍼 텐트럼(긴축 짜증)'과 지난해 여름 분트 금리 급등을 시작으로 전 세계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던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가시적인 물가회복세가 동반되지는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세가 뚜렷하고 Fed가 긴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채 투매가 글로벌 경제 기조의 전환점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9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1.7%를 기록했다. Fed의 물가 목표치 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빠른 상승세다. 영란은행(BOE)은 내년 인플레 전망치를 2%에서 2.7%로 대폭 상향하면서 당분간 추가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수년간 채권의 이례적 강세는 장기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물가가 살아나고 왕성하게 채권을 사들이며 돈을 풀어온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면 채권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할지도 모른다.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초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2012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채권 금리가 연일 급등한 지난 4일간 S&P500 지수가 4% 가까이 뛰는 등 강세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 역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정부 채권을 팔아버리고 금을 사라"고 조언했다. 시장의 트럼프 공포가 빠르게 잦아들었고 위험자산 선호도가 살아나면서 금값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로 공화당은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면서 "올 여름 이후 시작된 리플레이션(물가 상승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금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라고 충고했다. 전 세계 채권 시장의 지표가 되는 미 국채 금리 급등세로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서 각국의 부채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BNP파리바의 로렌스 무트킨 글로벌 금리 전략가는 "재정지출 확대로 정부가 돈 쓸 일은 더 많아진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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