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다이어리···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개입 풀어줄 열쇠 되나(종합)

특수본 內 재단 출연기업 전담수사팀 가동, 出禁 우병우 직무유기 혐의도 수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청와대 참모진이 비선실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문건 불법공유 및 이권개입을 거든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물증을 토대로 실체 파악에 다가서려 노력 중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7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다수의 대외비 문서를 건넨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로 전날 구속됐다. 검찰은 200여 유출문건이 담긴 태블릿PC와 압수물 분석내용을 토대로 청와대 문건유출 및 국정농단 사태 관련 그의 역할은 무엇인지,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과 더불어 현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18년째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정 전 비서관은 태블릿PC에서도 연루 흔적이 드러났다. 검찰은 또 지난달 정 전 비서관 자택 및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가 최근까지 사용하던 업무용·개인용은 물론 앞서 차명 등으로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 복수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썼던 차명폰에서 최씨는 물론 박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찾아내 복원했다.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주요 유형 단서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정 정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정확하게 수행하려는 차원에서 기록을 남겨둔 것이라는 취지로 녹음배경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론에서 제기한 통화내용에 작년 11월 국무회의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관련 내용이 담겼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최씨와의 통화를 녹음한 이유 관련) 더 조사해 봐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단 및 최씨 개인회사가 자금·일감을 끌어 모으는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 역시 복수의 차명전화를 이용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전화기 5~6대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중 안 전 수석이 쓰던 다이어리도 제출받아 분석할 계획이다. 해당 다이어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석 달 앞둔 작년 7월 박 대통령이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재벌 총수 7명을 독대한 것과 관련 면담경위나 세부내용이 담겼을 걸로 주목받는 물증이다. 검찰은 단기간 내 두 재단에 774억원을 쏟아 부은 국내 53개 대기업의 출연 경위가 박 대통령을 비롯 의혹 핵심 주인공들의 형사처벌 범위·수위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고 특수본 내 기업수사 전담팀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포괄적 영향력을 가진 행정부 수반을 겨냥해 지갑을 열면서 수혜를 기대했다면 뇌물, 해코지를 우려했다면 공갈이 문제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청와대 참모진-재단-최씨 정도의 연결고리만 입증된 상태로 재단의 ‘실제 주인’을 가려야 할 국면이다. 검찰은 4일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실상 총동원령으로 32명까지 증원된 특수본 소속 검사 가운데 부부장 1명 포함 우선 3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한편 검찰은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박근혜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도 특별수사본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 전 수석과 문고리 3인방 및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달 활빈단이 검찰에 고발했다. 법무·검찰은 7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가 부동산 특혜거래 의혹부터 국정농단 묵인·방조 의혹까지 검찰이 우 전 수석이 본격적인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여지껏 우 전 수석의 주거지·사무실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된 적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확인되면 누가됐든 모두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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