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마린시티 침수, 알고도 당했다

부산시 관계자 '현재 방수벽은 높이가 낮아 방재역할 하기에 부족'

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바닷물이 방벽을 넘어 범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발생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침수 사태는 방재가 미흡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예방하지 못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마린시티는 5일 영화 '해운대' 속 한 장면처럼 파도에 휩쓸렸다. 방수벽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높이 5.1m 방파제 위에 들어선 1.2~1.5m짜리 해안 방수벽은 파도가 넘쳐 들어오는 걸 막기엔 너무 낮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린시티가 바닷물에 잠기는 듯한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부산시는 방재시설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방수벽 설치 당시 용역을 했을 때 3.4~4m가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현재 설치된 방수벽은 방재역할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방수벽 높이가 부족함을 알고도 태풍에 대비할 수 있는 높이로 설치하지 못한 이유로는 미관상의 문제가 꼽혔다. 방수벽을 현재보다 3m 더 높이게 되면 해안도로를 따라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세워지게 된다. 일부 주민들은 조망권 등을 이유로 방수벽을 더 높게 설치하는 데 반대했다. 시 관계자는 "도시 경관이나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현재 세워진 것보다 더 높게 하는 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시는 방수벽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태풍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바닷가쪽에 추가적인 방파제를 설치해서 이중으로 파도를 막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방파제 보강 등을 위해 예산확보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냐고 물어본다"며 "우리가 올라가서 설득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태풍 차바로 6일 오전까지 사망 6명(부산 3명, 울산 2명, 경주 1명), 실종 4명의 인명 피해가 집계됐다. 제주, 울산, 경남, 전남 등 남부지역에서는 주거지가 반파되거나 침수 피해를 입은 90세대 198명이 대피 중이다. 제주 한천과 울산 태화강 범람으로 차량 1046여대가 침수됐다.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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