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장 출신 경제통 리창, 푸둥지구 개발 총괄 두자하오, '즈장신쥔' 류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이 세계 최대 정당인 중국공산당의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등극한 뒤 그는 당에 자기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2013년 3월 국가주석까지 겸하게 된 그가 22개 성(省),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의 최고 지도자로 누굴 지명하는지 보면 당 지도부의 색깔을 짐작할 수 있다.막강한 권한을 지닌 지역 수장들에게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자리가 보장된다. 중앙위원회 위원 임기는 5년이다. 젊은 나이에 지역 수장이 된다면 최고 지도부, 아니 시 주석의 후임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선전대학 당대(當代)중국정치연구소의 황웨이핑(黃衛平)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최근 승진한 관리들의 경우 내년 가을 열리는 제19차 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통해 좀더 높은 지위로 올라설 수 있다"며 "차기 지도자가 선출되는 오는 2022년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달 24~27일(현지시간)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지도부 교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대개 해마다 한 번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사실상 당과 정부의 각종 주요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새 정책을 입안하는 중요한 자리다.지난 4월 이래 지역 수장 31명 가운데 17명이 교체됐다. 당 고위직의 대대적 교체는 내년 19차 당대회까지 이어질 듯하다.승진한 지도자 모두가 시 주석과 개인적으로 연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인선을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스타일의 리더인지 짐작할 수 있다.
◆리창(李强ㆍ57)=과거 중국의 지도자들은 끈끈한 연줄로 이어진 충성스러운 자기 측근을 승진시키곤 했다. 일례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단원 8700만명에 이르는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들을 중용했다.태자당(太子黨ㆍ당 원로 자제들로 이뤄진 정치세력) 출신인 시 주석은 전통 권력기반과 동떨어진 채 동부 푸젠(福建)성ㆍ저장(浙江)성에서 조용히 지내야 했다. 당시 그와 고락을 함께 한 몇몇 인물은 최근에서야 지도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6월 리창 저장성 성장이 장쑤(江蘇)성 당 서기로 승진 이동했다는 점이다. 그는 2004년 11월 당시 시가 이끄는 당 저장성 위원회의 비서장에 임명된 바 있다.리의 이른바 '소도시 경제발전' 계획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 판공실 주임으로부터 인정 받았다. 소도시 경제발전 계획이란 첨단기술 및 혁신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집단 육성안이다.장쑤성에서 리 서기의 책임은 막중하다. 인도네시아보다 경제 규모가 큰 장쑤는 바다에 면한 성으로 시 주석 집권 이래 성 고위 관리 7명이 부패혐의로 추락한 곳이다.
◆두자하오(杜家毫ㆍ61)=시 주석은 2007년 금융허브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를 지냈다. 당시 그 밑에서 일한 몇몇 관리가 승진했다. 이들 중 두자하오는 금융ㆍ교역의 중심지인 상하이 동부 푸둥(浦東)지구 개발을 총괄한 인물이다.후난(湖南)성 부서기 겸 성장이었던 그는 지난 8월 당 서기를 맡게 됐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현장을 직접 접하기 위해 자전거로 출근한다. 그는 '공급 측면의 개혁(과잉공급ㆍ과잉생산 해소 및 차입 줄이기)'에 대해 강조해온 시 주석을 기꺼이 돕겠다고 선언했다.베이징(北京) 소재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의 장밍(張鳴) 교수는 "시 주석의 오랜 측근들이 다양한 지위에서 승진해 정치적 동요와 현상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잉제(吳英杰ㆍ59)=몇몇 인물의 승진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대표적 인물이 시짱(西藏ㆍ티베트)자치구 당 부서기에서 서기로 승진한 우잉제다. 1980년 이래 그의 전임자 9명 모두 다른 지역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 덕에 승진했다.산둥(山東)성 창이(昌邑) 태생인 우는 마오쩌둥(毛澤東ㆍ1893~1976) 주석 생전 당시 시짱으로 건너갔다. 그만큼 시짱과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8월 서기 취임사에서 시짱과 관련한 시 주석의 '간절한 바람'을 현실화하겠노라 선언했다.시 주석의 이런 인선은 내년 19차 당대회의 불확실성을 부채질했다.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를 제외한 5명이 내년 정년에 도달한다. 19차 당대회에서 대대적인 지도부 인사가 단행되리라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앙정치국 전체 위원 25명 중 11명도 내년 정년을 맞는다.영국 노팅엄대학의 쩡루이성(曾銳生) 중국학 교수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데다 빈틈없고 용의주도한 시 주석이 기존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성공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쉬서우성(徐守盛ㆍ63)=지도부에 새로운 피를 주입하려다 보니 일부 노장은 물러나야 했다. 후난성ㆍ장시(江西)성ㆍ산시(陝西)성의 최고 지도자 모두 정년을 2년 앞두고 교체됐다.이들은 한결같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로 물러났다. 쉬서우성 전 후난성 당 서기는 전인대 농업농촌위원회 부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다.장 교수는 "63세 미만으로 시 주석의 신뢰를 얻은 관리라면 출세가도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리훙중(李鴻忠ㆍ60)=시 주석이 집권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온 부패척결운동으로 떠오르던 스타들 가운데 일부가 줄줄이 낙마했다. 이는 어떤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달 10일 황싱궈(黃興國ㆍ61) 톈진(天津)시 대리 당 서기 겸 시장이 '중대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의 당 서기 승진과 중앙정치국 진출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황 시장의 몰락은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장성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로 복무할 당시 1년간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황은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성 비서장ㆍ부성장ㆍ상무위원으로 승승장구해온 황은 2003년 톈진시 당 부서기에 임명됐다. 2008년부터는 톈진 시장을 맡았으며 조만간 당 서기로 임명되리라 점쳐졌다.그의 후임으로 리훙중 후베이(湖北)성 당 서기가 임명됐다. 리는 지난해 시 주석을 '당의 핵심'이라고 공언한 지방 당 서기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이후 시 주석의 사람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그가 톈진시 당 서기에 선임된 것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는 관측이 나왔다.상하이정법학원의 천다오인(陳道銀) 부교수는 "리 서기보다 시 주석과 더 가까운 사람들이 톈진시 당 서기로 임명되지 못했다"며 "이는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인선은 간부 선임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강력한 권한이 있지만 여전히 타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리 서기는 2013년 총체적 개혁 로드맵을 기안하는 데 참여한 지방 수장 2명 가운데 1명이다. 시 주석은 '쩌신(哲欣)'이라는 필명으로 저장일보에 칼럼들을 기고한 바 있다. 이를 모아 엮여낸 책이 '즈장신위(之江新語)'다.리 서기는 '즈장신위'와 관련해 2014년 당 기관지 런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의 영광스러운 한 장'이라고 찬양했다.
◆류치(劉奇ㆍ59)=즈장은 시 주석이 당 서기로 재임한 저장성을 가로지르는 첸탕장(錢塘江)의 옛 이름이다. 칼럼 모음 이름 '즈장신위'는 여기서 따온 것이다.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 재임 당시 인연을 맺은 관료들은 '즈장신쥔(之江新軍)'으로 불린다.장시성 인민대표대회는 지난달 28일 류치 당 부서기를 성장으로 선출했다. 류 신임 성장은 즈장신쥔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그는 2002∼2007년 시 주석의 저장성 당 서기 시절에 쥐화(巨化)그룹 회장, 원저우(溫州) 시장, 저장성 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저장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주임, 닝보(寧波)시 당 서기를 역임해 시 주석과 인연이 깊다.류 성장에 앞서 장쑤성 당 서기로 승진 이동한 리창도 즈장신쥔이다. 산시성 부서기에서 산시성 성장으로 자리 이동한 러우양성(樓陽生ㆍ57) 도 마찬가지다.이들 즈장신쥔의 약진은 내년 19차 당대회의 차기 지도부 인선을 앞둔 시 주석의 인사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