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답'에서 배우는 기업경영 5題

전인지가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직후 트로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비앙(프랑스)=LPGA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이경호 기자] "위기를 기회로."'에비앙 챔프'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위기관리 능력은 세계 최강이다. 사전에 코스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실전에서는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IQ(지능지수) 138의 수학영재 출신답게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고른 기량을 유지하는데 주력한다. 또한 현장에서는 그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을 과시한다. 전인지는 이같은 '5가지 필승전략'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기는 게임'을 할 줄 아는 지혜는 대내외 악재에 처한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철저한 사전준비=中 현지화에 성공한 韓기업들전인지는 대회에 앞서 철저한 사전준비로 자신을 에비앙에 최적화시키면서 성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기업경영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한 고질적인 운영상 비효율 요소들을 제거해 새롭게 도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철저한 사전준비는 기업의 해외진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영전략이다. "웃고 들어갔다가 울고 나온다"는 중국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이랜드 같은 기업들은 10년 넘게 현지 시장을 연구하는 치밀한 사전준비와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오리온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지에서는 한국기업이 아니라 현지 토종기업으로 인식됐을 정도다. 반면에 월마트와 까르푸와 같은 글로벌 유통공룡들은 사전준비 부족과 현지화 실패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소비자가 오리온 제품을 고르고 있다.,[사진=오리온]

◆부상과 난조에도 위기극복=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부상의 후유증과 심리적인 불안을 갖고 출발했다. 경기 도중에도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안정을 되찾으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집중력도 남다르다. 평균타수 2위(69.53타)의 일관성을 앞세워 올 시즌 역시 이번 우승을 포함해 '톱 10' 진입이 무려 10차례다. 웬만해서는 무너지는 일이 없다. 전인지의 코치를 맡고 있는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훈련 때는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연습을 반복한다"며 "마음만 먹으면 페이드와 드로우 등 고난도 샷까지 구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위기극복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혁신, 기술개발, 인재육성 등 준비된 기업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폴더폰사업의 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휴대폰 사업을 접었지만 본업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통신장비기업으로서의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는 PC중심의 게임사업을 벌여왔다가 스마트폰의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위기를 겪었다가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로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조선 3사와 양대 해운사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며 위기에서 나오지 못한 반면에 두산그룹은 우량자산매각과 대규모 감원을 비롯한 혹독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골프도 팀스포츠=비즈니스는 단체경기 전인지는 우승 직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승의 영광을 팀(스폰서,코치,캐디 등)에게 돌리고 시상식 중에는 그린을 관리한 골프장 직원들에게 특별히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면서 자만을 경계하고 팀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비즈니스에 대해 "모든 조언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돕는 행위"라고 정의하면서 리더의 역할을 단체경기인 컬링에 비유했다. 컬링은 한 선수가 얼음판에서 스톤을 밀면 다른 두 선수가 빗자루로 얼음판을 장애물을 제거해야 목표를 향해 간다. 잭 웰치는 "진정한 리더는 이처럼 얼음판을 문질러 닦으며 장애물을 제거하는 선수들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직후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에비앙(프랑스)=LPGA

◆소통여제=리더십 덕목 1순위 전인지의 차분한 말투와 예의바른 자세는 친화력으로 직결된다. 팬 클럽 '플라잉 덤보'는 국내 최대의 회원 수를 자랑하고 있다. 호기심이 많아 주위에서 '팔랑귀'라고 놀리다가 귀가 큰 아기코끼리 만화캐릭터 덤보라는 애칭이 붙었다. 대표적인 긍정의 메시지는 아산 정주영의 "이봐, 해봤어?"다.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주저하던 임직원들을 다그친 메시지인 동시에 아산 자신을 향한 채찍이기도 했다. 보잉 출신으로 포드의 위기극복과 조직문화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앨런 멀러리 포드 전 최고경영자는 긍정의 힘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 국내 재계 리더 가운데 보기드문 소통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8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에 대한 규탄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만은 없다=자만은 몰락의 시작전인지는 선천적인 재능에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어린 나이에 골프여제가 됐다. IQ(지능지수) 138의 수학영재 출신답게 연습할 때는 이론에 맞지 않으면 끊임없이 연구해 고른 기량을 보유하는데 주력한다. 기업에서도 자만이 싹트는 순간이 몰락의 시작이다. 도요타는 2010년 대량리콜사태를 겪으면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창업주가 경영에 복귀하고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사화합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도요타는 당시 도요타의 적(敵)은 라이벌기업이 아니라 도요타라면서 자만심을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호황기에도 위기를 강조하듯이 도요타도 아무리 경영이 좋아도 앓는 소리를 하고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면서 위기에 상시 대비하고 있다. 반면에 LCD원조회사인 일본의 샤프는 1등이라는 자만에 도취해 신규라인 투자에 주저하면서 몰락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사상 초유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미온적인 대처로 스스로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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