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나라' 없는 나라/이시영

어디 남태평양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섬은 없을까. 국경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리하여 군대나 경찰은 더욱 없는. 낮에는 바다에 뛰어들어 솟구치는 물고기를 잡고 야자수 아래 통통한 아랫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며 이웃 섬에서 닭이 울어도 개의치 않고 제국의 상선들이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을 거야. 그 대신 밤이면 주먹만 한 별들이 떠서 참치들이 흰 배를 뒤집으려 뛰는 고독한 수평선을 오래 비춰 줄 거야. 아, 그런 '나라' 없는 나라가 있다면!  
■이번 리우 올림픽의 개막식 행사들 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들라면 단연 난민 대표팀의 입장일 것이다. 개최국인 브라질에 앞서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입장한 난민 대표팀은 국가별로 보자면 남수단 다섯 명, 시리아 두 명, 콩고민주공화국 두 명, 에티오피아 한 명 등 총 열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내전 등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는데, 기량과 공식 난민 지위 그리고 그 사연 등을 검토해 선발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들이 이번 올림픽 기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길 기원한다. 그런데 난 이들을 두고 '난민 대표팀'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마뜩하지 않다. '난민 대표팀'에서 '난민'은 국가라는 개념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난민 대표팀'은 이런저런 사유로 국가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왜 이들을 다시 '국가' 속으로 밀어 넣는가. 난 이들이 어떤 특정 국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인간의 꿈을 위해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래서 저 '국가'라는 단단하고 높디높은 장벽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과 감동을 온 인류에게 전해 주길 바란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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