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브랜드 직매입·PB개발도 담당효율적 상품관리로 마진율 극대화할인율 80% '진짜 블프'도 가능해져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성관 '분더샵'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위기는 늘 변화를 동반한다. 오랜 불경기와 온라인 채널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백화점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 기존 사업모델인 '부동산 임대업'을 버리면서 고급 쇼핑몰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떨어진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업계는 콘텐츠, 즉 상품기획(MD)에서 답을 찾는 추세다. MD는 제품의 기획, 생산, 판매, 마케팅, 재고를 총괄하는 직무, 그리고 상품기획자를 통칭한다. '제품의 출생부터 사망까지'를 책임지는 '부모 과정'이라고도 표현된다. 어떤 제품을 언제, 얼마나, 얼마에 살지를 이들이 결정한다. 브랜드와 매입량, 가격, 구매시기는 반드시 복잡적인 여건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이 곧 매출, 소진률, 손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상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해외 브랜드 직매입과 자체브랜드(PB) 개발이다. 아예 제조업체를 인수해 브랜드를 내재화 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신세계백화점이 편집숍 분더샵을 열어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고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하는 것, 롯데백화점이 PB화장품을 출시하는 것도 MD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품격과 이익, 두마리 토끼 잡기= 직매입과 PB의 가장 큰 장점은 마진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시장 규모만 확보한다면 동일 품목에서 10% 이상 이익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특히 직매입 사업은 백화점의 핵심 고객도 정확히 겨냥한다. 고객층이 다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축은 젊은 여성층이다. 가처분소득이 있고 트렌드에 민감한 직장인 여성이 백화점을 가장 많이 이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온라인 쇼핑이나 아울렛몰 보다 백화점을 '더 선호하게' 만들 수 있는 집객 역할을 바로 '직매입' 사업이 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2000년8월, 업계에서 첫 선을 보인 편집샵 '분더샵'이 대표적이다. 분더샵은 패션 편집매장인 동시에 신세계백화점에 '유행에 빠르고 세련됐다'는 이미지를 입힌 일등공신이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든 디자이너브랜드의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면서 소위 '안목'을 인정받았다. 알렉산더맥퀸, 프로엔쟈슐러, 로저비비에 등도 분더샵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브랜드다. 신세계는 핸드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핸드백컬렉션, 40~50대 고객을 위한 트리니티, 데님을 선보이는 블루핏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숍을 잇달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 MD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6.8%에서 지난해 8.5%까지 뛰었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통해 다수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후발주자인 롯데백화점은 바이에토르, 아카이브, 파슨스, 비트윈 등 복수의 편집샵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직매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전년 대비 90%를 보였다. 볼륨화를 지향하는 롯데백화점의 영업특성에 맞춰 매장 수도 빠르게 늘려 현재 136개에 달한다. 서서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직수입이 80% 가량을 차지하는 바이에토르에서는 플레이노모어, 리누이, 하이칙스 등을 선보여 히트시켰다. 이익률 개선을 위한 PB 사업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PB 화장품인 엘앤코스를 론칭했다. 여름 시즌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했고, 연내 10가지로 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단독 매장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도 에르노 등을 직매입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1%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2년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타임, 시스템, SJSJ 등 인기브랜드를 보유한 한섬 인수로 현대백화점은 실적개선 뿐 아니라 타 브랜드와의 입점 협의 등 MD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PB화장품 '엘앤코스'
◆어떤게 바뀔까…전문인력 귀해지고 블랙프라이데이도 가능=직매입이나 PB 운영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트렌드 예측에 실패해 판매가 부진하거나 불가항력의 악재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경우 재고부담은 백화점 몫이 된다. 쌓아두는 물건이 많아지면 수익성은 악화된다. 계속 팔겠다고 매대에 올리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며 고객 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행에 뒤쳐진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는 어떤 것 보다도 위험하다. 같은 의미에서 훌륭한 MD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백화점 운영의 관건이 된다. 전문인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구인전쟁이 치열해지고, 능력을 검증받은 바이어 경력자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 현재도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한 시니어급 바이어들은 곳곳에서 이직 요청이 들어온 다는 후문.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변화는 제대로 된 '블랙프라이데이'다. 지난해에도 업계에서 대대적으로 할인을 진행한 바 있지만, 제조사는 한 발 물러나고 물량의 주도권이 없는 백화점만 나선 탓에 할인폭이 제한적인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 요청에 의해 갑작스레 진행됐다는 점도 흥행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직매입이나 PB 브랜드를 통해 수급이나 가격결정권이 유통업체로 넘어오게 될 경우, 연말이나 특정 시즌 재고 소진을 위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기대할 수 있게된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70~80%의 할인률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도 직매입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진 롯데백화점 MD개발담당상무는 "향후 백화점의 경쟁력은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PB 브랜드를 확대하고 관련 인재를 육성해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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