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이 신성장동력 사업인 자동차 전장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가 중심이 돼 전장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글로벌 자동차부품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대도약시키는 퀀텀점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일 블룸버그통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계열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 금액은 30억달러(약 3조35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이탈리아 현지와 외신 등을 통해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인수협상이 성사되면 삼성전자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다. 2012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사의 사외이사를 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M&A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마그네티 마렐리는 지난 1919년 설립돼 1967년 피아트 그룹에 인수됐으며 세계 30위권 자동차 부품사로 지난해 4만여명의 임직원에 매출 73억유로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전 세계에 12개의 연구개발센터, 26개의 애플리케이션센터(응용연구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해 매출액의 6% 내외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삼성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추진은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자동차 분야는 향후 반도체와 전자부품 분야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급격히 부각되는 분야다. 하지만 자동차 사업은 기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영역인 전자 분야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삼성이 사업을 자체적으로 키워나가기 쉽지 않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적 역량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삼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내에 자동차 사업을 담당하는 전장사업팀을 만들었으며,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부품솔루션(DS) 부문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4월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전용 라인을 할당해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에는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중국 비야디(比亞迪ㆍBYD)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마그네티 마렐리와는 우선 기술적 협업이 가능하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피아트 그룹 등 유럽 자동차 회사에 차량용 계기판ㆍ서스팬션ㆍ배기시스템을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차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등의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동차시장으로의 판로 확대도 가능해진다. 전자업체들은 자동차 시장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오랜 시간동안 거래해 온 부품회사들을 신뢰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가 확보한 유럽 완성차 고객들을 확보,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갖춘 부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삼성은 여러 계열사에서 자동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과 아날로그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차량용 임베디드(내장형) 운영체제(OS) 등을 맡았다. 이미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와 D램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자동차 내ㆍ외부 온도, 압력, 속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와 엔진, 트랜스미션 등을 조정하는 전자제어장치, 그리고 모터 등의 구동장치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모두 포함한다. 자동차에는 메모리ㆍ비메모리 반도체ㆍ마이크로컨트롤러(MCU), 센서 등 200여개의 반도체가 사용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삼성디스플레이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실현한다. 전면 유리창에 주행정보와 같은 세부 정보를 띄울 수 있고 차량 내 계기판도 디스플레이로 변화시킬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아우디 콘셉트카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했으며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자동차 전자기기에 포함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후방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한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에 앞서 자동차전장사업을 추진해온 LG는 LG전자를 중심으로 2013년부터 각 계열사의 사업 부문을 조정해 왔다. 미국 GM에 차세대 전기차 구동모터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 자리를 따내는 등 가시적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Tㆍ전자업체들이 기술적인 능력은 충분히 갖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과의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웠다"며 "M&A를 통해 자동차 시장의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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