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의 뒤늦은 결혼식

용산구, 장애인 부부 새출발 지원...통합사례관리로 장애인 부부의 주거, 출산, 결혼 등 지원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젊은 장애인 부부의 주거 및 출산, 결혼식 지원에 나서는 등 차별화된 복지서비스를 선보여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뇌병변 장애 2급인 수희(가명)씨는 지난해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남편 철수(가명)씨를 만났다. 이들은 남영동 쪽방에 살림을 차리고 소박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후 수희씨가 새 생명을 잉태했지만 부부의 거주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구는 이들 부부를 위해 SH에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입주보증금 지원을 요청했다. 다행히 지난해 겨울 부부가 SH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으로 선정돼 쪽방을 떠나 한남동에 따뜻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얼마 뒤 기다리던 아이도 태어났다. 출산 일주일 전 수희씨가 만삭의 몸으로 화장실에서 낙상하는 바람에 정강이뼈가 골절됐지만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다. 수희씨는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를 안고 한참을 기뻐했다.

장애인 부부 결혼식

구는 수희씨가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성프란치스코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연계했다. 조리가 끝난 뒤에도 아이와 엄마를 위해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파견하는 홈헬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6일에는 수희씨와 철수씨가 정식으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혼인신고와 자녀 출산까지 마쳤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한남동 성당에서 무료 결혼식을 마련해준 것이다.비록 성당 식구들과 구청 직원들만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이었지만 젊은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수희씨는 “많은 분들이 우리 부부를 위해 도움을 주셨다”며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생활하겠다”고 말했다.통합사례관리란 지자체가 지역기관들과 연계해 복지·보건·고용·주거·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경제적·정신적인 위기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현재 용산구의 통합사례관리 대상은 70여 가구에 이른다.구는 사례관리 가구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 분기마다 통합사례 분과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회의에는 순천향대학병원, 건강가정지원센터, 노인 및 장애인 복지관,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중부교육지원청 등이 두루 참석한다. 또 구는 구·동 복지인력과 복지관 사례관리 담당을 대상으로 매 분기 전문가 자문(슈퍼비전)도 진행한다. 지난달에는 ‘중중장애인 자(子)와 저장강박증 모(母) 사례관리 개입 방안’을 주제로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조미경 소장이 자문을 실시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경제적인 어려움 뿐 아니라 치매, 장애, 학대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정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며 “수희씨 부부와 같은 이들이 계속해서 웃음꽃을 피워갈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손잡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전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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