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검사 49재…죽음의 진실을 묻다

묻힐뻔한 사건, 뒤늦게 불거진 상사 폭언·폭행 의혹…연수원 동기 712명 '진상규명' 촉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통 속에서 죽은 우리 아들을 생각하면 피를 토하고 싶다."  지난 5월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 어머니 이모씨는 5일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6일은 김 검사의 '49재'인데 '죽음의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대한민국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수사의 달인'들이 모여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검사의 죽음'은 조용히 묻힐 뻔했다. 극심한 업무량으로 인한 자살 사건으로 정리될 분위기였다. 김 검사 가족들은 '비보(悲報)'를 접한 뒤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울남부지검은 죽음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사진=아시아경제 DB

"우리 검사 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닌데…." 김 검사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와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넣었다. 김 검사의 상관인 김모 부장검사(48)가 평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됐다. 김 검사가 숨지기 전 지인에게 보낸 내용이었다.  "매일 욕을 먹으니 진짜 한 번씩 자살 충동이 든다." 김 검사는 공개적인 폭언을 들으며 자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의 자취방에는 'NOT MY FAULT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어렵지만, 검사가 되는 것은 더 어렵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검사가 되면 폐쇄적인 '검사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상관의 눈 밖에 나면 검사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혹의 당사자로 숨진 김 검사의 상사인 김모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입성을 기대했는데 남부지검 발령이 나자 괴로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스트레스가 김 검사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것이 자살을 부른 원인이 됐는지도 모른다. 김 부장검사는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은 특정 검사를 둘러싼 문제인지, 검찰 전반에 녹아 있는 '잘못된 관행'이 드러난 것인지 점검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사건 초기 엄정한 사실관계 확인과 원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검사의 개인문제로 치부되면 조직(검찰)은 다치지 않겠지만, 곪은 살을 방치한 채 서둘러 봉합하는 결과와 다름없다.  이번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제41기 동기 712명은 5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변호사는 물론 현직 판사와 검사인 동기들도 그 뜻에 동참했다. 대검찰청은 유서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조사하겠지만, 폭언·폭행 등 추가 제기된 의혹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김 검사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검찰에 당부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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