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AIIB 부총재 중도사퇴로 가닥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가 중도 사퇴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어졌다. 홍 부총재는 휴직 직후부터 주변인은 물론 우리 정부와도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황이다. 홍 부총재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휴직 배경과 과정을 둘러싸고 의문점만 늘어나고 있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일 "지금으로서는 홍 부총재가 휴직 후 복귀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AIIB가 홍 부총재의 후임 인선절차를 진행하면, 우리측도 좋은 사람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AIIB가 사퇴로 가닥을 잡았고, 우리 정부도 사퇴 이후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AIIB가 휴직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그 쪽(AIIB)에서 정하게 된다"며 "(홍 부총재의) 후임자를 새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홍 부총재는 지난 27일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홍 부총재가 먼저 휴직을 원한 것인지, AIIB가 휴직을 권고한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유 부총리는 홍 부총재의 휴직 이유에 대해 "우리 언론에도 (대우조선해양 지원 관련 서별관회의에 대해) 여러 가지 보도가 나오고 하니 부담을 느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일신상의 이유로 휴직을 한다'고 AIIB 총재에게 구두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휴직이 홍 부총재의 의지가 아니라 AIIB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AIIB가 홍 부총재에게 휴직할 것을 권고했고, 홍 부총재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휴직을 권고한 배경이 무엇인지, 어떤 말이 오고 갔는 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유 부총리의 말까지 종합하면, 홍 부총재는 지난 23일께 AIIB로부터 휴직을 권고받은 후, 진리췬 AIIB 총재에게 휴직의사를 밝히고 27일부터 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AIIB는 홍 부총재에 휴직을 권고한 이후에 이런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연차총회에 참석했지만 홍 부총재가 불참해 만나지는 못했다.AIIB가 홍 부총재에게 휴직을 권고한 배경을 두고는 말이 많다. 대체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홍 부총재의 검찰수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국내 사정으로 검찰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국제기구 임원으로서 임무수행은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홍 부총재가 정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 화근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등 부적절한 발언에 청와대가 격노했고, 이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로 AIIB 부총재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부총재가 교체된다면) 후임자를 다시 한국에서 맡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부총재 자리는 AIIB에서 정하는게 맞지만 납입지분이 큰 쪽이 권리처럼 얘기를 할 수는 있다"며 "우리도 한국에서 한 자리는 맡아야 한다는 의사를 몇차례 AIIB쪽에 개진했다"고 설명했다.홍 부총재의 후임으로 추천될 만한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 무성하다. 허경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최희남 세계은행 이사,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 김익주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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