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 미로 특별전⑥]팔·다리 같은 검은선…손자국 넣어 현실 개입

'거리의 여인'·'댄서' 작품 해설

호안 미로 '거리의 여인 '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호안 미로와 그의 아내 필라르 미로는 작업실 겸 전시실로 사용하던 공간과 당시 그곳에 남아있던 회화 118점, 조각 35점 등 모두 1940점에 달하는 작품을 기증해 필라르와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을 설립했다. '거리의 여인(Femme dans la rueㆍ1973년)'은 재단의 소장품 중에서 대표작으로 꼽힌다. 검은 선은 긴 팔과 다리를 연상시킨다. 빨강과 파랑의 강렬함은 리듬감이 넘치게 배치됐다. 거리를 오가는 여인들에게서 미로가 느낀 생명의 활기와 삶의 기쁨이 전해진다. 경기도미술관 황록주 학예연구사는 "검은 선은 미로의 후기작에서 추상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서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될 만큼 동양화의 느낌이 있다"고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경쾌하다. 그가 가진 열망, 감정, 생의 기쁨, 환희 등이 원색과 어우러져 밝게 나타난다. 미로는 색을 하나의 언어로 생각하고 칠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초현실주의 화법으로 표현한 서정적 추상이다. '호안 미로'의 저자 롤랜드 펜로즈는 "평범하게 자연을 묘사하는 사실주의 미술가에서 일상을 넘어서는 눈을 가진 예언자로 변했다"고 했다. 화면 좌우에는 각각 손자국이 찍혀있다. 현실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의 화면에 미로가 다시금 자신의 손을 남겨 개입함으로서 이중으로 현실을 드러낸다. 황 연구사는 "평생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으로 세계의 지평을 열었던 대가의 위트 넘치는 제작 기법"이라고 했다.

호안 미로 '댄서'

또 다른 대표작 '댄서(danseuseㆍ1969년)'도 초현실주의 화법으로 그린 서정적 추상이다. 미로는 댄서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역사와 신화, 종교와 사회를 드러내 보여주던 오랜 서양미술의 전통을 넘어 개인적인 꿈과 서정이 작품의 주된 테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중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사랑했던 시와 춤에 공통된 형식 언어이자, 끝없는 꿈의 세계를 이끌어주는 환상적이고도 추상적인 예술이었다. 그의 댄서 연작들은 음악 선율과 이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한없이 푸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푸른색을 바탕에 놓고 둥근 달과 빛나는 별 혹은 공중으로 날아오른 듯한 음표를 드러내 마치 천상의 춤을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한다. 황 연구사는 "근원적인 생명을 위한 춤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생명에는 리듬이 있다. 음표처럼 보이는 검은 선은 남성의 정자일 수 있다. 원형적인 생명체의 모습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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