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철거 막아서 '월권' 논란…"협의 미흡했다면 개선해야" 의견도무악2구역 조합 "매달 2억 이자 내 사업재개 시급"…30일 '끝장토론' 불투명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하고 싶다."(박원순 서울시장)"철거 중단에 대한 법적인 근거는 없다. 조합에 최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종로구청 관계자)"매달 2억원 가까이 이자를 물고 있다. 하루빨리 사업이 재개되기만을 바란다."(무악2구역 조합 관계자)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장이 사업추진을 위한 강제철거를 직접 막아서면서 시장의 개입이 적절한지, 보상금은 합당한지 등 여러 갈래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박 시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0일 '끝장토론'을 제안했지만, 조합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옥바라지 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건 정확히 10년전인 2006년이다. 이후 2010년 재개발조합이 설립됐고,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들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자진 퇴거 요청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7일 오전 재개발사업조합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무악동 46번지 '옥바라지 골목'에서 강제철거를 시작하자 박 시장이 급히 현장을 찾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사업을 추진해온 조합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시장이 이해관계자들과의 '끝장토론'을 제안한 27일에도 조합원들은 조합사무실을 점거하며 사업 재개를 요구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비용이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주비와 현금청산 비용등의 명목으로 금융기관에 265억원을 대출받아 매달 2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물고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영세해 하루빨리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게 조합측의 입장이다. 무악2구역 조합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거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은 아파트 한 채만 바라며 최대한 빨리 사업이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며 "현재 강자와 약자가 뒤바뀐 상황인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끝장토론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주민위원회'(비대위)는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을 보존을 이유로 사업을 반대해 왔다. 서대문형무소의 맡은 편에 있는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 강점기 시절 옥살이를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이곳에 밀집된 여관에 머물면서 옥바라지를 한 곳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사업중단이 어렵다면 보상금을 현실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옥바라지 골목에서 마지막까지 이주를 하지 않은 여관 구본장의 경우 이주비 5억8000만원과 영업보상금 3600만원을 받았지만 인근 지역으로 옮겨 영업을 하기 위한 비용으로 수령액의 두 배수준인 12억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겉으로는 역사성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추가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10년동안 잠잠하던 '옥바라지 골목'이 철거시점이 다 되서 알려진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시가 철거유예 공문을 종로구청과 조합에 보낸 것은 지난 3월로, 철거시점이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것. 관리처분을 내준 종로구청은 조합이 매달 거액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간 서울시와 입장차이는 없었고 조합에 철거유예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었다"면서도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협조를 구한만큼 조합에도 협조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이미 법적절차를 거친 재개발 사업을 전면적으로 막아선 것을 두고는 월권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명도소송은 철거에 대한 인허가가 내려진 뒤에도 이주를 하지 않고, 내용증명으로 시일을 계속해서 끌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진행하는 절차다. 이처럼 법적으로 최종절차까지 마친 사업에 대해 시장이 중단을 시기는 건 지나친 권한행사라는 것. 한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사업 중 문화재가 발굴돼 철거를 중지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 사안은 서울시에서 근거를 대지 못해 합법적이지 않다"며 "적벌한 절차에 따른 사업을 여론에 치우쳐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도 무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개발사업 진행과정에서 검토와 합의가 미흡했다는 얘기도 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ㆍ국책사업감시팀장은 "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법이 지나치게 거대지주나 대기업위주로 체계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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