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종로구, 주차난 해소 차원에서 추진...서울 첫 사례, 국내 최대 규모...주민들 '역사문화 보전하자며 토목공사 웬말' 반발
지하주차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 종로구가 한옥 밀집 지구인 경복궁 서측, 이른바 '서촌' 지역을 관통하는 필운대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촌 명소화를 위한 '필운대로 역사문화의거리 조성사업'에 따른 주차난 해소 차원인데, 주민들은 오히려 거리의 보존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26일 서울시ㆍ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종로구 사직공원 인근에서부터 청운ㆍ효자동 자치센터 인근까지 이어지는 필운대로 구간 일부(전체 1.2km 중 380m)에 지상 1층~지하 2층 등 3층 짜리 273면 규모의 대형 지하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심사 단계를 거쳐 올해 16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설계용역 단계다. 총 공사비는 서울시와 종로구가 133억원씩 내 총 266억원에 달한다. 서울에서의 도로 지하 대규모 주차장 조성으로는 첫 사례이며, 시설 면적만 1만1595㎡에 달해 국내를 통틀어서도 최대 규모다.시와 구는 이 일대가 한옥ㆍ단독주택 밀집 지역으로 평소에도 주차난이 심한 곳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다. 게다가 시가 올해 103억원을 들여 전선 지중화ㆍ보행공간 조성 등 '필운대로 역사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상 주차장 100면 가량이 사라지게 돼 주차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주민들은 필운대로 일대의 보존 가치가 높다며 역사문화의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시가 이를 명분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이율배반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로를 파헤치고 지상ㆍ지하 총 3층의 대형 주차장이 건설될 경우 해당 도로의 지형이 변하는 등 오히려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차장이 건설될 경우 관광객들이 더 과밀화돼 대로변 상가 주인들만 덕을 볼 뿐 한옥 주택가로서의 위상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장기간ㆍ대규모 공사로 인한 교통난, 소음ㆍ진동으로 인한 피해ㆍ생계 지장, 주변 학교 학생들의 통학시 위험 초래 등도 반대 이유다. 특히 주민들은 시ㆍ구가 주차장 건설 과정에서 대중교통 활성화 등 대안의 모색이 없었고, 주민들의 의견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서촌 주민들의 모임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장민수씨는 "주차난은 인정하지만 다른 대안도 있을 수 있는데, 대규모 지하 주차장을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건설하는 것은 반대"라며 "역사문화공간을 보존하겠다면서 토목공사를 벌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굴착 공사를 하면 오래 된 한옥ㆍ단독주택들은 더 심하게 금이 가는 등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설계 용역 중으로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주차난이 심각한 상태여서 지하주차장이 건설되면 불법 주차가 사라지고 거리도 깨끗해진다"고 해명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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