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430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늘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의 폭락세에서는 일단 벗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6년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18.9%)을 기록한 뒤 2월(-12.2%)에 이어 3개월째 감소율을 낮춘 것이 주목된다. 그렇다면 수출이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봐도 되는 것일까. 감소폭을 줄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지금의 수출 부진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지난해 1월부터의 연속 수출 감소 기록은 15개월로 늘어났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것도 작년 3월의 수출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던 것에 따른 '기저 효과'의 측면이 적지 않다.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수출의 회복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지금의 국면은 여러 경기지표들이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에선 경제의 회복 기미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에 2월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반등이다. 2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8%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통신기기 등 광공업 생산이 3.3% 늘어 2009년 9월(3.7%) 이후 6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반면 2월의 설비투자 지수는 전달보다 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줄어든 데다 감소폭도 2014년 8월(―7.3%) 이후 18개월 만의 최대다. 3%대 성장에 필요한 5%대 설비투자 증가에 크게 못 미친다. 3월에 BSI가 반등했다고 하나 이는 2월의 BSI가 6년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의 영향이 커 보인다. 그나마 3월의 BSI 수치 68은 경기에 대한 비관과 낙관을 가르는 기준치인 100을 한참 하회하는 수준이다. 경제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표가 엇갈릴 때는 미세한 일시적 반등도 크게 보이는 착시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획재정부가 "2월 산업 활동이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연초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소비와 투자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의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혼재하는 상황 자체가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그럴수록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감소폭이 조금 줄어든 3월 수출 실적을 놓고 반색하기는 이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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