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여성이 즐긴 한글소설 '청백운' 현대어본 출간

청백운 현대어본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한국학중앙연구원이 조선왕실도서관 장서각 소장 낙선재본 한글 소설 번역 시리즈 중 여덟 번째 책인 ‘청백운’을 교주본과 현대어본을 최근 발간했다. '청백운'은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세속의 부귀영화를 따르던 삶을 버리고 신선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서 청운(靑雲)과 백운(白雲)은 각각 세속과 신선계를 상징한다. 신선의 풍모를 지닌 주인공은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을 아내로 맞아 타고난 재능으로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세상의 부귀와 공명을 누린다.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주인공은 임금이 내려 준 술을 마시고 취해 집에 가는 중 청루에 들러 기생을 알게 되고, 결국 복잡한 처첩 문제에 휘말린다. 각각 인물의 성격이 명확하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촘촘히 짜여져 있으며,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일거일동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고전소설 '청백운' 원본 표지

이 책은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 번역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한중연 장서각에는 한글소설 99종 2215책이 소장돼 있다. 대부분의 한글소설이 창경궁 낙선재에서 발견된 것으로 ‘낙선재본 고전소설’이라고도 부른다. 이 소설들은 조선에서 창작한 작품, 중국소설을 번역한 작품으로 나눠지며, 조선시대 왕실의 여성들이 취미로 즐겼던 책이다.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왕실자료답게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궁체로 깔끔하게 정서되어 민간에서 유통되던 고전 소설의 필체와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행도 맞추어 가지런하고 정교하게 필사돼 있다. 분량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10책 이상이고 30책 이상이 14종, 무려 180여 책에 달하는 시리즈도 있다. 전편과 속편으로 연작된 작품이 적지 않다. 대부분 작가를 알 수 없는데 이는 고전소설의 전반적 특징이기도 하다. 가난한 몰락 양반이 생계의 수단으로 이 작품들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낙선재본 소설은 민간 소설에 비해 대부분이 유일본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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