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돕는 남편 늘었다’…공평분담률 ‘남성>여성’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가구에서 19세 이상 여성이 응답한 ‘가사분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서 가사분담이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여성은 2006년 7.9%에서 2014년 16%로 높아졌다. 출처=통계청 ‘사회조사’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공동주택 단지 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과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으로 남성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남성들은 각 가정에서 들고 나온 꾸러미가 서로 어색하지 않다. 쑥스러움을 느껴 행인들과 시선을 피하거나 등을 돌리는 일도 없다. 집안 내부사정은 모르더라도 외부로 드러나는 집안일 일부가 남성들에게 옮겨져 오고 있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뭇 남성들의 가사분담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결과 내에서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남성 비율은 여성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단 이 같은 조사결과는 남녀가 느끼는 인식차이를 차치했을 때의 얘기로 실생활에서 체감되는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여전히 ‘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가령 남녀가 공통적으로 갖는 공평분담의 필요성은 수치상 47%대를 기록, 비교적 높게 나타나지만 실천 비율은 각각 16%대에 그쳐 인식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확인케 한다.

가사분담 실태조사에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응답한 남녀 간 비율이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확연히 늘고 있다. 특히 공평분담에 응답한 남성 비율은 당해부터 여성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출처=통계청 ‘사회조사’

8일 통계청의 ‘가사분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 실천하고 있다는 남성 응답자 비율은 2006년 7.5%에서 2014년 16.4%로 8.9%p 증가했다.같은 기간 여성 역시 7.9%에서 16.0%로 관련 비율이 8.1%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이는 남녀가 느끼는 가사 공동분담의 실천 비율에선 다소 차이(0.4%p)가 나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남성의 공동분담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선 남녀 모두 맥을 함께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사분담에 대한 견해 조사에서 부인이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은 매년 줄어든 반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사는 2010년 이전 15세 이상, 2012년 이후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출처=통계청 ‘사회조사’

특히 ‘가사분담에 대한 견해조사’ 결과에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게 옳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06년 32.4%에서 2014년 47.5%로 15.1%p 증가, 뚜렷한 인식변화를 나타냈다.같은 시점 여성 중심의 가사분담 비율은 ▲부인이 주로 하지만 남편도 분담, 59.4%→44.9%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 5.9%→5.3% ▲부인이 주도, 65.4%→50.2%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일과 가정 사이에서 후자에 무게 추를 두는 남녀의 비율 변화도 엿보인다. 가령 과거 남성은 가정보다 일, 여성은 일보다 가정에 충실했다면 최근에는 소폭이나마 수치가 뒤바뀌어 가는 양상이다.실례로 2011년 당시 ‘가정생활을 우선시 한다’고 응답한 남성은 8.2%, 여성은 16.4%였던 반면 2015년에는 남성 9.4%(↑), 여성 15.6%(↓)가 각각 가정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도’ 조사에서 일보다 가정을 우선하는 남성 비율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출처=통계청 ‘사회조사’

이 같은 조사결과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기류로도 해석된다.박정민씨(35·대전 서구)는 “맞벌이가 일상화 된 또래 기혼자들 사이에서 가사분담은 당연하게 인식된다”며 “각자 일을 가진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가사부담이 지워질 때 다툼이 잦아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라고 웃었다.또 “하다못해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을 가보더라도 이 같은 분위기는 어렵잖게 읽힌다”며 “특히 분리수거장에서 만나는 남성들 중에는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도 제법 있다. 단순히 젊은 세대에서만 가사분담이 이뤄지는 건 아닌 듯하다”고 귀띔했다.다만 생각과 행동이 항상 일치, 남성이 느끼는 가사분담이 여성에게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정혜인씨(41·여·대전 유성구)는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평하게 나눠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수치상으로 확인되는 결과가 현실과 꼭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그러면서 “야근에 회식, 경조사를 핑계로 귀가시간을 늦추는 남성들이 한둘인가?”라며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부터가 다른데 어떻게 가사를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통계상 수치와 실생활의 온도차를 드러냈다.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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