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 전경 (자료사진)
-이건희의 신경영선언…삼성 초일류의 원전(原典)이 되다-삼성의 계열분리와 삼성과 현대의 무한경쟁-럭키금성에서 LG그룹으로…SK텔레콤의 시작-신경영 세계경영 수펙스 등 재계 경영개혁 앞장-포스코 26년만에 외부인사 문민기업식 관치 -한보부도 IMF 구제금융의 물꼬가 되다[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김영삼 정부 5년은 기업들에 대변혁의 시기였다. 저마다 정부정책과 대내외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춰 생존과 도약, 성장을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했지만 정권 말기에 불어닥친 한보와 기아자동차의 부도로 시작된 연쇄부도로 외환위기라는 암흑기에 접어들게 됐다.삼성그룹은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답게 문민정부 5년간 기업뉴스의 여러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정부 출범 첫해인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선언을 했다. 신경영선언을 요약하면 '위기의식, 나부터 변화, 삼성헌법, 한방향, 질 위주 경영, 정보화ㆍ국제화ㆍ복합화,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정리된다. 이 선언 이후 삼성은 1993년 29조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이 20년 만인 2012년 380조원으로 13배 성장하면서 국내기업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신경영선언은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재계와 정치,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출판가에도 이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이 쏟아지면서 '이건희 신드롬'을 낳았다.신경영 직후 삼성그룹의 계열 분리가 시작돼 CJ그룹이 제일제당이 주축이 돼 1996년 출범했다. 앞서 1991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도 1997년 공식 계열 분리됐다. 삼성그룹은 1994년 전자와 화학, 기계, 금융보험군 등 4대 중핵소그룹으로 그룹사업을 재편했다. 50개 계열사는 24개로 축소했다. 재계의 경영개혁도 급진전됐다. 삼성그룹은 '신경영', 현대그룹은 '기술의 현대 세계의 현대', 럭키금성은 '고객만족경영', 대우그룹은 '세계경영', 선경그룹은 '수펙스추구'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그룹 리모델링에 나섰다. SK그룹은 1994년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1997년 3월 SK텔레콤으로 사명변경)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LG그룹은 1980년대부터 일부 계열사에서 사용해오던 LG라는 명칭을 1995년 1월부터 전 계열사에 사용하면서 36년간 사용하던 럭키금성그룹의 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꾸고 그해 2월 구본무 회장이 취임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20년간 외환위기와 빅딜, 지주사 출범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과감한 결단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LG는 GS, LS, LIG, LF 등을 계열 분리하고도 매출을 30조원대(1994년 말)에서 150조원대(2014년 말)로 늘렸다. 해외매출은 1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려 10배로 키웠다. 삼성과 현대의 21세기형 사업 경쟁도 이때 불이 붙었다. 삼성이 승용차사업에 진출하고 한국비료와 분당서현역사 등 공기업 인수를 통해 정밀화학과 유통사업에 진출했고 현대는 율촌공단조성, 부산 일관제철소 건설, 반도체 등 전자사업과 정유부문 대규모 투자 등에 나서면서 유례없는 영토확장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삼성은 자동차사업에서 손을 떼고 현대는 일관제철소 건립의 꿈을 부산이 아닌 당진에서 이루게 된다. 포스코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정권과 불화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과도기를 겪다가 1994년 포스코 설립 후 26년 만에 첫 외부인사인 김만제 전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문민기업식 관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 4년간 포스코 수장직을 맡았다.김영삼 정부는 그러나 대기업들의 잇단 몰락과 함께 비운으로 마감했다. 1997년 1월 재계 14위인 한보그룹 계열사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삼미그룹이 부도를 낸 데 이어 7월 기아자동차 도산 사태가 터졌다. 쌍방울그룹, 해태그룹이 위기를 맞았고 고려증권, 한라그룹이 줄줄이 쓰러졌다. 급기야 1997년 말엔 국가 부도사태로 이어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한보철강 당진공장은 현대제철에,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돼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났고 한라그룹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2008년 만도를 인수해 그룹 재건에 나서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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