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철의 맨해튼 리포트] 콜베어 vs 펠런‥美 6억달러의 썰전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요즘 미국 공중파 TV에선 밤마다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심야 토크쇼의 새로운 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쟁탈전이다. 지난 8일 인기 코미디언 스테판 콜베어가 CBS방송의 레이트 쇼의 새로운 진행자로 데뷔하면서 3각 경쟁구도가 제대로 짜여졌다. 콜베어의 레이트 쇼와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있는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NBC), 지미 키멜의 ‘지미 키멜 라이브’(abc)는 새로운 토크쇼 대전에서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매일 밤마다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간의 관심은 ‘콜베어 대 팰런’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이는 TV의 심야 토크쇼의 지존을 가리기 위해 수십년간 자존심 경쟁을 펼쳐온 NBC와 CBS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여기에 콜베어와 팰런에게 토크 쇼를 물려준 선임자들 사이의 복잡한 애증과 라이벌 의식도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방송가에서 토크쇼의 전설로는 단연 자니 카슨이 손꼽힌다. 그는 1962년부터 무려 30년동안 NBC 방송에서 투나잇 쇼를 진행했다. 특유의 위트와 풍자로 토크 쇼의 새 지평을 열었던 자니 카슨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그가 현역으로 있는 동안 미국의 토크쇼 업계는 사실상 1인 천하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자니 카슨이 스스로 은퇴를 발표하자 세간의 관심은 누가 왕위를 계승할 것인가에 쏠렸다. 당시 계승 1순위는 단연 올해 CBS 레이트 쇼에서 은퇴한 데이비드 레터맨이었다. 레터맨은 당시에 NBC에서 레이트 나이트 쇼를 진행하며 사실상 후계 수업을 받고 있었다. 자니 카슨 쇼에도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자니 카슨과 NBC는 일반의 예상을 뒤집고 레터맨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코미디언 겸 방송인 제이 레노를 후계자로 발탁했다. 탈락의 충격과 배신감에 떨던 레터맨은 결국 자신을 내친 NBC를 떠났다. 그는 CBS로 둥지를 옮겨 1993년부터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 진행을 맡았다. 이때부터 레터맨과 레노, 그리고 CBS와 NBC는 심야 토크쇼의 정상을 놓고 20년 넘는 장기전을 펼쳐왔다. 레터맨과 레노가 양분해온 토크쇼의 아성은 지난 해부터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제이 레노가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고 영화배우 겸 방송인 지미 팰런이 투나잇 쇼의 계승자가 됐다. 당시 레노는 64세였고, 팰런은 39세의 나이에 특유의 재치와 활동력을 장기로 갖추고 있었다. 팰런은 당시 66세의 백전노장 레터맨을 상대로 패기로 밀어붙였다. 프로그램을 맡자마자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영하 20도 가까운 날씨에 얼어붙은 미시간 호수에 뛰어들기도 했다. 팰런의 공세에 밀려 수성에 고민하던 레터맨은 지난 해 4월 결국 "1년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레터맨과 CBS가 팰런의 대항마로 찾아낸 카드가 바로 '정치 풍자의 달인' 스테판 콜베어였다. NBC나 CBS가 이처럼 토크쇼의 세대교체에 나서게 된 것은 결국 시청률과 광고 때문이다. 칸타 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토크쇼 방송 프로그램에 집행된 광고비는 5억9750만달러(약 7010억원)로 1년 사이 14% 성장했다. 이중 레이트 쇼와 투나잇 쇼가 벌어들이는 액수는 각각 1억달러 안팎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중파 토크쇼의 시청률과 광고매출이 유독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중파 토크쇼 프로그램 매출은 오히려 9%나 줄었다. 특히 광고업계는 과거 레터맨과 레노의 프로그램 시청자층이 적극 구매층(18~49세)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레터맨 쇼의 시청자 평균 연령은 58.6세로 조사된 바 있다. 그나마 팰런의 투나잇 쇼는 55세로 다소 젋어졌다. 이는 광고 매출로 직결되는 수치다. 한편 콜베어가 레이트 쇼를 맡기 이전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했던 ‘콜베어 르포’의 평균 시청자 연령층은 41세에 불과했다. 이 수치만으로도 토크쇼 세대 교체의 이유는 충분했던 셈이다. 한편 방송 3사의 새로운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이 서로 다른 개성과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콜베어는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유명 연예인은 물론 거물급 정관계 인사들도 게스트로 부른다.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부통령과 좌파 대선 후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출연했다. 공화당에서도 대선 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첫 방송에 출연했고 22일엔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나올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7일 깜짝 손님으로 출연했다. 이에 비해 팰런은 자신의 두터운 연예계 인맥을 동원한 게스트들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에 음악적 재능을 살려 연주나 립싱크 경연도 자주 벌인다. 최근 출연자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2인조 힙합 듀오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 등이다. 한편 abc방송의 지미 키멜은 다른 경쟁 프로그램과 달리 뉴욕이 아닌 로스앤젤러스(LA)에서 제작된다. 이점을 살려 할리우드 스타나 연예인들이 자주 출연, 키멜과 함께 '악플 읽어주기' 등 다양한 코너를 진행한다. 지난 18일엔 영화배우 조니 뎁이 출연, 눈길을 끌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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