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4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범 삼성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 오너 일가가 4년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영결식 자리다. 그와 상속소송을 벌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남매도 나란히 영결식을 찾았다. 고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남긴 자손들은 지난 3년간 서로 반목하며 지냈다. 지난 2012년 이 명예회장이 이 회장을 상대로 유산 상속 문제를 거론하며 소송을 벌였을때 부터다. 형제인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서로를 상대로 날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시작은 두 사람의 싸움이었지만 삼성가 오너 가족 전체로 번져 나갔다. 오너들의 다툼은 각 그룹사간의 감정 다툼으로도 번졌다. 범 삼성가 일가 모두가 함께 모였던 호암의 추도식서도 이같은 불편함이 이어졌다.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각 그룹사 별로 따로 시간을 정해 추도식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이처럼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은 지난해였다. 이 명예회장이 소송에서 패소한 뒤 이 회장에게 화해의 손길을 보냈다. 소송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고인의 화해 메시지였다. 이 회장 역시 가족간 화합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만나 손을 맞잡진 못했다. 이 회장이 고인의 화해를 받아들인지 3개월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고인 역시 건강이 나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화해가 이뤄지지 못하며 범삼성가는 화해를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닌 상태가 이어졌다. 여전히 서로가 불편했고 앙금도 남아있었다. 그만큼 서로 상처가 깊었던 것이다. 하지만 20일 범삼성가는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고인의 장례식을 빌어 만났지만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이 회장을 대신해 3남매가 참석했고 이재현 CJ 회장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신세계 3세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지난 세월 범삼성가는 전자, 콘텐츠, 유통 등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충실하게 사업을 키워나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성장했고 CJ는 콘텐츠 사업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했다. 신세계 역시 유통업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단순히 호암의 유산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었던 성과다. 2세들이 각기 불굴의 의지로 사업을 키워냈다면 3세들의 과제는 협력이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거센 견제와 중국 등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각자 특화된 사업들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각 그룹사의 3세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모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다. 특히 이들 사촌간은 소송 전 자주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 등 돈독한 사이였다. 화해 이후에도 앙금이 남아있던 삼성가 3세가 해묵은 감정을 이번 기회에 털어내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고인의 화해메시지를 되새겨보는 것도 고인을 편하게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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