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거리와 관광지는 평소의 주말과 판이하게 달랐다. 도로는 한산했고 상가는 텅텅 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속에 맞은 초여름 6월의 첫 주말, 확진자 최다 발생 소식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은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어버렸다. 한 주를 시작하는 오늘 아침에 전해진 소식도 암울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23명 늘어 전체 환자 수가 87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2위 발병 국가가 됐다. 이름에서처럼 '중동'의 지역형 전염병 감염자 숫자 2위를 한국이 차지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방한예약을 취소한 외국관광객이 지난 1~4일에만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한국이 '방문 기피 국가'가 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정부의 대응행태는 분통을 넘어 실소를 자아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메르스 발생 보름여가 지난 뒤에야 국민들 앞으로 '메르스 예방요령' 메시지를 보냈는데 '손을 잘 씻고 기침할 땐 입을 가려라'는 내용을 열어본 사람들은 스팸문자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뒤늦게 환자발생 병원 명단 공개를 하면서도 통계나 병원 이름조차 오류투성이였다. 메르스 사태가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책임을 추궁하고 비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다. 그러나 당장은 수습이 급선무다. 이번 주가 특히 고비다. 지역사회 확산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모두 합심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책임 있는 주체들이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조 체계를 갖추기로 한 것이나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키로 뜻을 모은 것, 한참 늦었지만 정부가 총력대응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한 '총화(總和)'적 대응 노력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정부는 민간까지 참여하는 총력대응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던 것에서 방향을 바꿔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랄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이나 요청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사태를 이겨내려면 국민들도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건강에 별 문제가 없으면 절대 사망에까지 이르진 않는다'는 인식으로 과잉대응은 삼가야겠다. 국민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약속대로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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