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기아차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밀리고 해외 수출시장에서는 판매가 급감하는 추세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영업이익률도 떨어졌다. 당연히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상장기업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고 3위도 한국전력에 넘겨줄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수출과 고용 규모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적신호는 현대차를 넘어 한국 경제에 보내는 경고음이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국내외시장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 기아차는 2.7% 감소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특히 현대차의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5월 미국 내 판매량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0.3% 감소한 6만3610대에 그쳤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가장 나쁜 실적이자 올 들어 최저 기록이다. 중국시장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두 회사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각각 8%와 6% 줄어들었다. 안방인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들의 거센 도전을 받은 지 오래다. 5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9만5557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량은 각각 3.6%, 2.8% 뒷걸음질을 쳤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부진에는 엔저와 유로화 하락 등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도 놓쳤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픽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급격히 치솟았는데도 현대차는 세단 중심의 기존 모델에 주력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총체적 위기에 대응할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기존 모델을 새롭게 바꾼 신차 판매를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일본 완성차에 대응해 미국에서는 인센티브와 마케팅비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 정도는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근본해법으로 미흡하다.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걷어내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하지만 자동차 한 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27.8시간으로 미국(14.8시간), 체코(15.7시간)보다 두 배에 이를 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의 공감과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기술력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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