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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015년 3월12일 오전 10시1분 한국은행 기자실. "3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리기로 했습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알려준 방송이 나오자 마자 곳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금통위 전 대부분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기에, 이 방송에 출입기자 대다수가 당황한 눈치였죠. 더욱이 이날 금리 인하 결정으로 대한민국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게 됐으니 그야말로 기자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거죠. 방송이 끝나자마자 수십명의 기자들이 일제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 기자실엔 '톡톡'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울릴 뿐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날 금통위원들은 회의 개최 전 잠깐 공개된 자리서 나름 힌트를 줬습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회의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 약 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7명의 금통위원이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회의는 물론 비공개입니다. 출입기자들 조차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기 전 5분여간 금통위 위원들의 표정을 보며 결과를 예측할 뿐입니다. 이날 분위기는 지난달과 달리 참 무거웠습니다. 회의장에 들어선 7명의 금통위원은 침묵 속에 자료만 들여다 볼 뿐이었죠.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온 이 총재는 손에 깍지를 끼기도 했습니다. 1%대 기준금리는 대한민국이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입니다. 역사상 없던 결정을 내리기 위한 자리다 보니 그렇게 무거운 정적만 흘렀나봅니다.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평소 은행과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의 기준입니다. 보통 시장금리보다 수준이 낮습니다. 만약 기준금리가 연 2%일 때 은행이 예·적금이나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의 평균은 연 3% 이런 식이죠.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금융 뿐 아니라 경기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경기가 불황일 때 기준금리를 낮추면 기업은 자금 조달이 원활해져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생산활동이 확대돼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높아져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게 되므로 기업의 투자나 소비지출이 줄어들어 물가가 안정되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엔 어떤 영항을 줄까요? 당장 주머니에 들어오는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영향을 받게 되죠. 저는 기준 금리인하 전날 만기가 된 예금의 재예치를 위해 연 2.4%(1년 기준) 특판 예금 상품에 가입하러 갔다 그냥 왔습니다. 그새 선착순 판매가 끝났다며 연 1.9~2.0%의 예금 상품을 권하길래 좀 더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아보겠다며 돌아왔죠. 하지만 12일 기준금리 인하로 연 1.9~2.0% 였던 은행 예금 상품 마저 이젠 귀한 대접을 받게 됐습니다. 은퇴자처럼 이자 소득으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더 답답한 상황이 됩니다. 예금 금리가 연 2%일 때 원금이 2배가 되려면 약 35년이 걸렸는데 연 1%가 되면 70년이 소요됩니다. 세입자들도 전셋값 걱정을 해야 합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올해 1월 기준 서울에 있는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6.8%였습니다.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 전월세전환율은 이 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 연 1~2%대인 은행 예금과는 비교가 안돼죠. 집 주인이라면 뭉칫돈인 전셋값을 받아 은행에 묻어 둘 이유가 없어진겁니다.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 그만큼 전셋값은 뛸 수밖에 없습니다. 하필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봄 이사철과 맞물려 있네요.대신 대출 부담은 좀 덜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준금리 인하 수준 만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금리가 내려간다고 가정한다면 1억원 대출자의 1년 이자는 25만원 줄어듭니다. 전셋값은 뛰고 대출 부담은 좀 줄어든다면 집을 사려는 사람도 지금보단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 후 12월까지 18조 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이 금리 인하 이후 3개월 동안 이뤄진 겁니다.기러기 아빠들도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일반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높아지고 해외에서 들어왔던 자금이 밖으로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가뜩이나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맞물리게 되면 환율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습니다. 지금 1000달러를 생활비로 송금해야 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110원일땐 111만원이 필요했지만, 1130원이면 113만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해외 여행비도 지금 보단 좀 더 오르겠죠?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1.75%까지 낮췄습니다. 1%대 기준금리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입니다. 우리의 일상 경제도 이래저래 많은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우리 집 가계부를 꼼꼼히 살펴보며 재무 설계를 다시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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