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부동자세와 힘빼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지난 주말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KAIST)를 찾았다.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계절은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카이스트 교정에는 주말임에도 많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조금은 추운 날씨인데도 교정 여기저기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학업에 지졌거나 혹은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느끼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두 발로 걷는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오 교수는 로봇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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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오 교수는 강조했다. 로봇은 부동자세에 강하다는 것이다. 365일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정지해 있을 수 있는 것이 로봇이다. 부동자세의 달인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로봇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반면 인간은 부동자세에 아주 약하다. 몇 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몸이 근질 근질거린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상념이 떠돈다. 그 생각들이 몸을 통해 흡수되면서 몸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인간은 힘빼기의 달인이다.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널브러져 있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때 인간은 자신의 몸에서 최대한 힘을 모두 뺄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로봇에게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직개편이 눈앞에 와 있다. 3월 중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고 한다.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현재 관련 부처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박근혜정부가 만든 조직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주된 흐름은 창조경제의 성과를 앞당기기 위한 실무조직 강화에 방점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성과 창출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올해 관련 예산도 대폭 증가했다. 씨를 뿌렸으니 열매를 거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부동자세에 강한 로봇처럼 임한다면 안 될 일이다. 가끔은 힘을 빼고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부처가 권력의 로봇이 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장차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조직개편도 최종적으로 권력이 채택하니 말이다. 묵묵히 부동자세로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권력의 로봇이 되는 것과 달리 유연성을 갖추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하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현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권력은 바뀌더라도 국민은 그대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부처는 항상 권력과 국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존재이다. 권력의 로봇으로 5년 동안 부동자세로만 일관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미래부의 이번 조직개편이 일방적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의 부동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유연성을 갖추는 조직개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이 유연한 조직인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인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미래부의 미래가 보장되는 길이지 않을까.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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