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금지약물 모르고 처방했다고 판단…유사 판례 찾기 어려워, 신체상해 없이 처벌 의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검찰이 수영선수 박태환씨에게 ‘금지약물’을 처방한 의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5일 박씨가 의사 김모씨를 상해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국내외 판례 및 연구사례를 분석한 뒤 사법처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사제 ‘네비도(nebido)’가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점을 의사도 모른 채 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영선수가 금지약물을 투약한 행위와 관련해 고의가 없었어도 형법으로 의사를 처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형법 제266조(과실치상죄)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의료사고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입증이 쉽지 않은데 이번 사건의 경우 형법 적용이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의사 출신인 장용혁 의료전문 변호사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과실로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상해가 될 것인지가 문제”라면서 “상처나 약물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실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의 금지약물과 관련한 의사의 책임을 다룬 관련 판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에서 일반적인 의료사고를 둘러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놓고 판단한 사례가 지난해 7월과 5월에 있었다. 7월 사건은 한방 침을 맞고 발이 괴사(壞死)했다는 의혹이고, 5월 사건은 치과의사의 기구사용 과실을 둘러싼 논란이다. 대법원은 7월 사건 선고에서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해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과실유무 판단은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가 표준이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7월에 선고한 사건은 발이 괴사하는 등 신체의 상해가 분명히 확인된 가운데 의사책임을 다툰 사건이라는 점에서 박씨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검찰은 박씨에게 신체 또는 생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확한 주사성분을 알리지 않은 채 금지약물을 투약해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한 것은 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르면 5일 중으로 김씨를 기소하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검토 등 관련 수사가 막바지에 와 있는 상태인데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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