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박현정 대표 기자회견서 주장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대표의 폭언과 성희롱, 인사전횡 등에 대한 직원들의 고발로 시작된 서울 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사태가 진실공방을 넘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52)는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문화를 공조직으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며 화살을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돌렸다. 특히 정 감독이 "지난 9년 동안 아무런 평가나 견제 장치 없이 자동 재계약"을 했으며 "서울시가 부채와 예산 감축 중에도 정감독의 연봉과 지휘료는 매년 5%씩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5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시향을 지속발전가능한 조직으로 만들고 싶었다. 어느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조직, 나태하고 공사구분이 없는 조직을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려고 하다 보니 갈등이 없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향이 정감독의 사조직처럼 됐다"는 점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정 감독이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한 사무국 여성전문위원을 채용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59세에 입사시켰고, 서울시향의 공연기획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파인에게 단원 오디션 평가 등과 같은 과도한 결정권까지 맡겼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장에 서울시의회(이혜경 의원)의 문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감사자료, 서울시향 단원들의 편지, 정 감독의 개인 활동 등 정 감독의 행적을 문제삼는 총 4건의 문서를 들고 나타났다. 정 감독이 자신의 개인재단이 미라클오브뮤직(MOM)의 펀딩을 위해 개인적인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고 있는 것 역시 계약 위반이며, 자신의 개인 활동을 위해 서울시향 일정까지 바꿨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명훈 감독이 굉장히 훌륭한 음악가인 것은 맞지만, 공식적인 행사 자리에서조차 자신의 사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위반 사항이 있으면 나에게 시정명령 권한이 있고, 이를 어기면 2주내에 계약이 해지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서울시향 대표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2월로, 임기는 2016년 1월까지다. 2012년 2월 김주호 고(故) 전 대표가 임기종료로 물러난 이후 1년 동안 대표 자리는 공석이었다.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향의 중심인 정명훈 예술감독을 만족시킬만한 인물을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그러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박사 출신이자 삼성생명 전무 등 풍부한 재계 경험을 갖춘 박현정 대표가 발탁됐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처조카로 알려진 그에 대해 당시 기업후원 및 마케팅 역량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연예술 분야와 인연이 없다는 점에서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서울시향의 업무환경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서울시향에도 그대로 적용했으나,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업무스타일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장기를 팔아라", "(술집)마담을 하면 잘할 것 같다" 등 17명의 직원들이 폭로한 막말과 폭언 등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이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음해"라고 반박했다. 결국 박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의 배후로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정 감독이 이미 지난 10월에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정 감독이 박 대표에게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줄 것을 요구하며 면담요청을 했지만 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역시 "정 감독이 내가 있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 1일 박 시장이 박 대표를 만나 사퇴를 요구했지만 박 대표가 사퇴를 번복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현재 정명훈 예술감독은 해외 체류중이며, 12월 중순이나 되어야 귀국 예정이다. 현지로 연락도 잘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는 10일 문광위에 정 감독이 반드시 출석하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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