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내집푸어'와 '월세푸어' 사이…집 사야할까?

수입은 뻔한데 전셋값은 해마다 올라월세전환 요구하는 집주인도 늘어무리해서 집 샀다간 대출금 덫에 빠질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미친 전셋값'에 놀랐는데, 이젠 그 '미친 전세'조차 찾을 수 없다. 저축도 못하고 한 달에 월세만 50만~60만원씩 내다간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싶다는데 그냥 월세로 살 것인지, 더 싼 전세를 찾아 이사할 것인지 고민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냥 빚내서 집을 사나 싶다."치솟는 전셋값과 급격한 월세화에 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돈을 보태 집을 살 것인가, 계속 전세살이를 할 것인가,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할 경우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놓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입은 빤한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셋값이 상승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예전 같으면 전세가율이 60%만 넘어도 매매가 이뤄지는 분기점이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 쉽게 집값 상승 기대감을 갖기도 쉽지 않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10월 69.6%를 기록해 70% 문턱에 다다랐다.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개편 등을 담은 '9·1대책' 발표와 함께 분양 성수기·이사철이 겹치며 호전됐던 10월에 비해 차츰 시장이 냉각돼 집을 선뜻 사기엔 위험부담이 커보인다. 단적인 예로 매매 거래량이 줄고, 미분양 물량은 늘었다.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1만897건) 대비 69%(7578건) 수준에 그쳤다. 미분양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돼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9월(3만9168가구) 대비 2.4%(924가구) 증가한 4만92가구로 집계됐다.그럼에도 집값은 항간의 폭락론을 비웃듯 여전히 높다. 대출 부담을 안고 선뜻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워지는 대목이다. 더욱이 거시경제 여건으로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신3저'라 불리는 저성장·저물가·엔저가 경제 성장을 옥죄고 있고, 가계부채는 어느덧 1000조원을 넘어섰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강력한 대외변수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무리해서 집을 샀다간 그대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하지만 갈수록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충동질을 한다. 전세물건은 귀해져 전세금이 폭등하고 있다. 월세는 돌려받지 못하는 돈인 데다 가계의 씀씀이를 크게 줄이게 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만만찮다. 이래저래 집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집을 가진 유주택자들도 비슷한 이유에서 고민이 깊다. 이참에 낮은 이자를 끼고 대출을 더 받아 다른 집을 구입하면 월세 임대사업으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까지 '덤'으로 주어지던 과거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투입비용을 보증금에 따른 이자와 월세수입으로 환수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금리 인상 가능성은 특히 주택구입 판단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기보다 대출금리 상승 폭을 높이는 결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문가 의견은 수입이 뒷받침된다면 자가를 택하는 편이 낫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안정성을 중시하고 장기간 거주한다면 월세 거주보다는 자가가 낫다"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을 10년 이상 거주할 장기 투자재로 봐야 한다"며 "금리가 미국처럼 1%대까지 하락하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5년 이내에 대출금을 갚을 수 있거나 30% 이내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그렇다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사는 것은 금물이다. 주택보급률이 103.0%까지 높아진 마당에 1980~1990년대처럼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바꿔 말하면 주택 구입도 투자보다는 거주목적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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