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손본다'…'금융 지배구조 개혁 2.0' 스타트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장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은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금융지주회사법이 실제 운영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와 대주주 견제, 주주가치 극대화 등 본연의 기능 보다는 CEO 승계 리스크, 사외이사 권력화 등의 문제점을 노출해 보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실제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사가 출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금융지주사의 현주소는 수레바퀴처럼 갈등과 반목의 역사로 기억된다. 최근 발생한 KB사태가 이를 대변해 준다.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 KB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회장과 은행장은 '파워게임'을 벌이며 CEO 리스크를 불러왔고,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조직 정점에 있는 수장들 간 내분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고 있던 사외이사들은 사태 막판에 와서야 칼을 휘두르며 '무책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사외이사들은 귀를 닫은 채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범규준을 통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이 없는 이사회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지주회사법이 15년 가까이 운영돼 온 만큼 한번쯤은 종합평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며 "오늘 발표한 모범규준을 통해 좀 더 발전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2.0'이 시작된 셈이다.한국 금융사의 지배구조 난맥상은 KB금융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는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며 최대 5년간 자리를 보전했다. 현재 9명의 사외이사 중 이경재 의장과 고승의 이사가 4년8개월 째 활동하고 있다. 임기 2년이 넘은 이사는 5명에 이른다. 이사회가 자기추천식으로 운영되다보니 9명 중 7명은 교수 출신이고 8명은 서울대 학연으로 이어지는 등 편중 현상도 갈수록 심해졌다.또 KB금융 사외이사는 막대한 보수를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연간 보수는 9200만원으로 우리나라 금융사 중 가장 많다. 그러나 사태를 마무리한 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는 이사회는 새 회장이 결정된 후로 입을 닫았다.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의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함과 동시에 2년마다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받도록 권고했다. 임기 또한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특히 자체평가시 평가지표 등은 외부기관에 의해 적정성을 점검을 받도록 유도함으로써 평가의 내실화ㆍ객관성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자기추천을 금지하고 상호추천의 경우 후보 추천자와의 관계, 그 추천 사유를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추천ㆍ활동ㆍ보수 등을 상세 공시해 주주ㆍ시장의 감시기능을 강화토록 했다.또 현재 학계 위주로 편중된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뽑는 자격 요건을 다양화 하도록 했다.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50%인 16명이 교수나 연구원 출신들일 정도로 학계 출신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유도하기 위해 구성 요건에 '다양성의 원칙'을 명시화했고, 후보군 구성 시 CEO나 기존 사외이사 추천에만 의존했던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주주ㆍ이해관계자ㆍ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활용하도록 했다.아울러 금융회사가 안정적 경영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촘촘하게 규정된 CEO 승계계획을 마련해 상시 운영토록 했다. CEO승계 및 후보군 관리업무를 일회성 업무가 아닌 이사회 상시업무로 명확화 한 것이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과 절차로 CEO를 선임해야 하는지 이사회가 촘촘하고 세세하게 CEO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와 더불어 이사회가 연 1회 이상 CEO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토록 했다. 아울러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CEO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구체적인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사유 등을 공시토록 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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