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랩 건물에는 정태영과 佛 건축가의 우정이 숨어있다
▲현대카드 1층에 위치한 디자인랩 내부
-"佛 문화 전파에 공로세웠다" 丁 사장, 레지옹 도뇌르 賞 받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한국 금융업계 최초로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를 수훈한 것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과의 인연 덕분이다.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밝힌 수훈 사유 중 하나는 정 사장이 프랑스 건축가를 선정해 건물을 짓는 등 프랑스 문화 전파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것이었다. 장 누벨은 올 6월 재단장해 문을 연, 현대카드 정체성을 빚어내는 '싱크탱크(think tank)', '디자인랩'의 설계를 직접 맡았다.건축가 장 누벨과 정태영 사장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디자인팀과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 위크(Design week)'에서 장 누벨 특별관 '오피스 포 리빙(Office for living)'을 관람하던 중 장 누벨을 우연히 만났다. 장 누벨은 박람회 공간마다 정 사장과 함께 다녔고 작품에 대한 해설과 배경을 설명해주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귀국 후 정 사장이 장 누벨에게 현대카드 디자인랩 리모델링에 대한 자문을 구했는데 장 누벨 측에서 흔쾌히 수락하며 '직접 디자인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장 누벨은 "정말 마음에 들고 신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밀라노에서 제시한 이론 전체를 현장에서 실체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힐 정도로 디자인랩에 애정을 가졌다.장 누벨의 생각과 '현대카드스러움'이 만난 탄생한 것이 바로 현대카드 디자인랩이다. 이곳을 직접 방문해 보면 무질서해보이지만 그 속에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탄생할 것 같은 '창고(warehouse)'의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어떤 작업과 실험도 가능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된다. 또한 인상적인 부분은 디자인랩 내부 전체를 감싸는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다. 디자인랩에 들어와 있으면 자연의 빛을 온전히 다 느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빛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그런 빛이 또한 공간의 다양성 또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며 "이런 요소들이 공간의 무드를 변화시키고 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리모델링한 디자인랩은 기존과 달리 1층과 2층으로 분리돼 있다. 디자인랩의 규모가 커진 것이기도 하지만 기능의 효율적 분리와 공간 볼륨(volume)의 다양성을 위해서다. 1층은 디자이너의 작업 공간과 자동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룸이 구성돼 있고 2층은 디자이너 작업 공간과 함께 '화이트룸'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1급 보안구역이 있다. 1층과 2층은 아래가 훤히 보이는 재질로 연결 돼 있어 층 사이 유기적 연결성을 강조한다.디자인랩의 문서 저장 방식도 독특하다. 디자인랩에서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모빌 랙(mobile rack)'이라고 불리는 이동식 서고에 저장한다. 기능면에서도 뛰어나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디자인 요소로써 활용했다.2008년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수상한 장 누벨은 빛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건축가로 역사적 관성과 진부함을 거부한다. 장 누벨은 "나의 흥미는 역사적인 단순한 참조가 되는 번역이나 재해석과는 정반대인 방법으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것들을 반영하는 건축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장 누벨의 사상이 잘 드러나는 것은 역시 그가 남긴 건축물이다. 1988년에 완공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랍문화원'은 그의 생각이 잘 녹아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장 누벨은 아랍문화원 남쪽 파사드(출입 정면부)를 통해 아랍 문화의 상징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이중적 의미를 해석해냈다.문화원 남쪽의 창문은 서로 다른 크기인 여러개의 조리개로 구성돼 있는데 자동으로 빛을 조절한다. 카메라 조리개가 빛이 많으면 닫히고 반대면 열리는 원리로 빛에 의해 내부는 계속 변한다. 그리고 이 같은 조리개 창문들이 모여 아랍 전통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만들어낸다.이찬 국민대 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장 누벨은 맥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가"라면서 "맥락성이라는 것은 지역이나 장소가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개념을 의미하는데 장 누벨은 단순히 역사적 전통성을 기반으로 한 맥락주의와 차원이 다른 하이테크놀로지적인 부분을 추가해 역사와 문화를 녹여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럽에서는 아랍 문화가 평가절하 돼 있는 부분이 많은데 아랍문화원을 통해 그는 아랍 문화와 유럽 문화 융합을 해서 새로운 문화적 융성을 만들어내는 차원에서 이를 설계했다"고 덧붙였다.장 누벨이 건축한 '까르띠에 재단(Cartier Foundation)'에도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해당 건물에는 특수유리가 설치 돼 있는데 이는 유리가 자체적으로 반사되는 빛의 요율을 조절하면서 주변 지역과 단절되지 않은 공간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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